[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국영기업인 두바이포트월드가 영국 항만 회사 페닌슐러앤드오리엔탈스팀(P&O)을 인수하려는 사건이 이슈가 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최근 두바이포트월드가 뉴욕 볼티모어 마이애미 등 미국의 주요 항만들을 운영하고 있는 P&O를 인수하도록 승인했다. 이에 여야 의원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지금 여기엔 세 가지 논란이 있다. 하나는 거래 자체에 대한 우려다. 다른 하나는 국가 안보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정책에 대한 불만이고,마지막 하나는 변화하는 세계 경제에 대한 미국의 불안이다. 우리는 장벽을 낮춘 세계 자유무역주의를 옹호할 수도 없고,외국계 회사의 미국 재산 인수를 좋게만 볼 수도 없다. 인수 반대론자들은 두바이포트월드가 테러 단체와 연관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므로 미국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심각하고 정당한 우려지만 인수를 막는 것만이 해결책은 아니다. 여전히 경제 확장을 위해 안보가 침해될 수는 없다는 논리가 많다. 물론 항만 노동자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미국의 많은 항만들은 외국 회사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세계화의 조류에서 과장된 외국 혐오 현상이 미국 내에서 확대돼가는 것이다. 쓸데없는 걱정을 떨쳐버려라.이번 인수 건은 지난해 중국기업이 미국의 정유회사 우노칼을 인수할 때와 비슷하다. 당시 공화당의 리처드 폼보 의원은 국가 안보와 미국 경제에 대재앙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외국 회사들이 미국 재산을 사들이려 하면 국가 안보를 내세운 논리는 계속 나왔다. 우노칼 사건이 있을 당시 중국은 자국의 재산을 미국에 팔지 않을 것이란 논리들이 나왔다. 하지만 중국은 골드만삭스나 씨티그룹에 자국의 은행들을 팔기 시작했다. 두바이 인수 건은 글로벌 경제에서 미국의 편향적인 시각을 볼 수 있다. 미국은 이제 중국 인도 UAE와 같은 국가들과 진정한 경쟁에 직면해 있다. 기업 간의 거래를 막거나 보복관세 등을 취하기 위해 국가 안보에 호소하는 것은 미국의 세계적 리더십을 형성하는 데도 경제를 성장시키는 데도 좋을 것이 없다. 국가 안보나 항만 안전은 물론 중요한 것이지만 그것이 외국인 소유냐 아니냐가 중요한 건 아니다. 국가 안보를 위해선 항만의 안전성을 어떻게 잘 확보해 나가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문제는 간단하다. 미국은 정말로 무역 장벽을 최소한으로 낮춰 자본과 상품이 원활히 흐르기를 바라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편리할 때만 그것을 원하는 것인가. 미국 정부가 세계화 정책에 반한 행동을 계속한다면 우리는 경쟁력이 떨어지고 더욱 고립돼 갈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안보에도 도움이 안 될 것이다. 정리=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이 글은 뮤추얼펀드 회사인 프레드앨저매니지먼트의 부사장 겸 수석경제분석가인 자차리 카라벨이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폭풍우에 휘말린 항만(Ports in a Storm)'이란 제목으로 쓴 칼럼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