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7] 재계 비상경영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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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재계의 비상경영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재계 2위인 현대차그룹의 간부사원 임금동결에 이어 삼성전자, LG전자, 포스코 등 국내 대표적인 기업들도 비상경영에 나서고 있습니다. 취재기자와 얘기나누겠습니다. 박성태 기자 나왔습니다.
박 기자, 먼저 재계 비상경영, 그 출발은 현대차그룹이죠?
기자-1> 네. 그렇습니다. 현대차그룹은 22일 현대차와 기아차를 필두로 23일은 현대모비스, 현대하이스코, INI스틸 등 나머지 주요 계열사, 그리고 24일은 현대오토넷이 각각 결의대회를 갖고 과장급 이상 임직원의 임금동결을 선언했습니다. 그간 승승장구하던 현대차그룹의 임금동결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입니다. 직원들로서는 연초부터 정몽구 회장이 강조한 임금동결이 피부로 와닿는 순간입니다.
앵커-2> 현대차그룹, 최근 잘 나간다던 소리가 많았는데요. 임금 동결까지 나선데는 어떤 이유가 있습니까?
기자-2> 네. 최근 현대차의 달라진 품질은 국내외 언론에서 호평을 받았지만 수익성은 사실 어려워졌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환율입니다. 최근 석달간 원달러 환율이 5% 이상 떨어지면서 수출이 매출의 76%를 차지하는 현대차와 기아차로서는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환율이 언제 더 떨어질 지 모르기 때문에 아예 이 기회에 비상경영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품질 경쟁력을 올려 환율에 영향받지 않는 체질 개선을 이뤄내겠다는 것입니다.
정몽구 회장은 이 때문에 연초부터 울산공장을 방문하는 등 현장경영에 나서면서 비상경영을 직원들에게 직접 설파하며 정신 재무장을 강조했습니다. 1차로 비용 절감, 2차로 부품업체들의 납품단가 인하, 그리고 이번에 과장급 이상 간부사원들의 임금동결까지 선언했습니다. 앞으로 또 뭐가 나올지는 모르겠습니다.
앵커-3> 통상 무슨 경영 무슨 경영하면 말만 그렇지 않느냐는 경우가 있는데 현대차그룹의이번 비상경영은 정말 확실하다고 하던데요?
기자-3> 그렇습니다. 현대차그룹 최근 얘기를 들으면 아 현대가 이렇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골프 등 접대비를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줄이라고 한 것 뿐만이 아니라 사무실 원가절감, 심지어 업무상 필요한 퀵 서비스까지 직원들이 직접 가라고 했답니다.
하지만 관건은 역시 노조입니다. 사실 현대차그룹으로서는 과장급 이상의 임금동결은 전시효과, 즉 실질적인 비용절감보다는 정신 재무장의 효과가 큰데요. 노조가 비상경영에 동참해야 실질적으로 수익성에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노조는 회사가 노조에 통보없이 일방적으로 임금동결을 선언하며 노조를 압박하고 있다며 계열사 노조들과 공동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앵커-4> 현대차그룹 뿐만 아니라 다른 대기업들에게도 비상 경영이 확산되고 있다고요?
기자-4> 삼성전자, LG전자, POSCO 등 국내 대표적인 기업들도 환율, 유가, 원자재가 등 최근 어려운 경영환경을 반영해 모두 비상경영에 나서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수입하는 부품들도 많기 때문에 환율 위험이 현대차만큼 큰 것은 아니지만 역시 원달러 환율이 1백원 떨어지면 2조원 가량의 영업손실이 발생한다며 유로화 등 통화결제 다원화에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원가절감을 위한 비상경영은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항상 강조해온 ‘상시 위기경영’을 통해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수익성이 그다지 좋지 못했던 LG전자도 최근 비용을 20%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긴축경영에 나섰습니다. 불필요한 해외 출장도 대폭 줄였고 회의비, 접대비 등 일반 경비도 삭감했습니다.
최근 중국산 저가 철강이 유입되면서 철강가격이 떨어져 직격탄을 맞고 있는 POSCO 입장은 현대차와 비슷한데요. 품질혁신운동을 지속적으로 벌여 3년간 1조원의 원가절감을 달성한다는 계획입니다.
앵커-5> 삼성전자, 현대차, POSCO.. 사실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이지만 세계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기업들인데요. 최근 수익성도 좋아졌고 그런데 비상경영에까지 나선다는 것은 좀 색다른데요?
기자-5> 그렇습니다. 물론 환율에 고유가에, 원자재가격 상승에 경영환경은 좋지 않지만 아주 어렵다고만은 볼 수 없습니다. 예전에 비해서는 크게 올라간 품질 경쟁력이 아직은 버텨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위기가 닥치기 전에 미리미리 비상경영을 통해 대비한다는 것은 우리 기업들의 달라진 자세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경쟁을 하는 마당에 조금이라도 긴장을 늦춰서는 안된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지난 80년대와 90년대 엔고 파동속에서 강력한 원가절감과 품질 강화로 오히려 경쟁력을 높여 오늘날 세계 최고 제조업체로 평가받고 있는 도요타의 사례가 모범이 되고 있습니다.
앵커-6> 네. 박성태 기자 수고했습니다.
박성태기자 stpark@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