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두번째 추기경 탄생] 정진석, 그는 누구인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옴니버스 옴니아.(모든 이에게 모든 것)'
새로 임명된 정진석 추기경이 1970년 청주교구장에 착좌하면서 설정한 사목 표어다.
사도 바오로의 서한에서 선택한 것으로 평생을 마음에 담고 실천해온 좌우명이다.
'모든 것을 모든 이에게''모든 것을 모든 것으로 모든 이에게' 등으로 번역되는 이 말은 "주교로서 모든 사람을 대등하게,나와 같은 사람으로서 맞이하겠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다 내놓겠다.
내가 가진 시간,생명,사랑,능력,정성 모든 것을 다 주겠다"는 뜻이라고 한다.
정 추기경은 1931년 서울생이다.
친가와 외가 모두 독실한 가톨릭 집안이었고,어머니는 정 추기경을 가졌을 때 "엄마,나 주교 됐어"라며 달려드는 태몽을 꾸었다고 한다.
그로부터 39년이 지난 1970년 주교에 임명돼 기자들이 어머니한테 이 사실을 알리고 소감을 묻자 어머니는 "감사,감사,감사"란 세 마디를 내뱉고는 기절했다고 한다.
1950년 서울대 화공학과에 입학해 발명가의 꿈을 키웠으나 한국전쟁 때문에 중퇴하고 가톨릭대학에 입학했다.
인간이 발명해 낸 문명의 이기들이 생명을 수없이 파괴하는 현실에서 영적 갈등을 너무나 많이 느꼈다고 한다.
결국 무엇인가 발명한다는 것만이 옳은 일이 아니라 마음을 어디에 쓰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그는 사제의 길을 선택했다.
1961년 사제서품을 받고 서울 중림동성당 보좌신부로 첫발을 내디딘 그는 성신고 교사로 7년을 일한 뒤 로마의 우르바노대학원에 진학,교회법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돌아오자마자 최연소 나이로 주교에 서품되고 청주교구장에 착좌했다.
정 추기경은 자타가 공인하는 교회법의 권위자다.
1983년부터 지금까지 주교회의 교회법위원장을 맡고 있고 청주교구장으로 일하면서 써낸 15권짜리 '교회법 해설'은 정 추기경의 독보적인 작품.
그밖에도 수십권의 저서와 역서를 낼 정도로 부지런하며 공부하는 성직자다.
천주교 인사들은 인화를 바탕으로 사람들을 폭넓게 감싸안는 스타일이라고 정 추기경을 평가한다.
모두에게 따뜻하고 관대하며 겸손한 성품을 갖춘 데다 항상 귀를 열고 있어 모든 일을 순리대로 풀어간다는 얘기다.
평소 "수도자는 삶의 모범을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거룩한 자발적인 동기에 따라 사는 진정한 의미의 자유인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1998년 경제위기로 온 나라가 어수선할 때 서울대교구장에 취임한 그는 소리 없이 개혁을 추진했다.
교회가 공동체의 원래 모습을 회복할 수 있도록 거대한 서울대교구를 주교들이 분담해 사목활동을 하도록 했고,신자가 많은 성당을 분할해 새로 성당을 짓기보다는 두 개의 본당이 하나의 성당건물을 쓰면서 효율을 도모하도록 했다.
또한 온 국민이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환호하며 열을 올릴 때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생명파괴 가능성을 끊임없이 지적하면서 대안으로 성체줄기세포 연구를 지원하는 등 생명윤리 실천에도 앞장서왔다.
정 추기경은 "생명의 영역은 사람의 능력을 초월한다"면서 "사람이 생명을 조작하거나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생명의 존엄성보다 당장의 경제적 이득과 편리함을 우선시하는 현실은 결국 생명을 파괴하는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라는 얘기다.
서울대교구장과 평양교구장 서리도 겸해온 정 추기경은 북한 동포들의 불행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그래서 식량과 비료를 지원하고 국수공장도 지어주는 등 북한 지원에 앞장선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 동포들이 스스로 먹고 사는 방법을 개척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 추기경은 '주어진 하루를 성실하게 사는 것'을 삶의 지표로 삼는다고 했다.
오늘 하루를 가장 성실하게 살려고 노력하며 평생을 보내왔다는 것.
그는 "혼자 다 차지하려는 탐욕과 과욕이 불행을 낳는다"면서 "맨몸으로 태어나 알몸으로 가는 것이 인간이라는 점을 모두가 자각하고 살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net
-------------------------------------------------------------------
< 정진석 추기경 약력 >
▲1931년 12월7일 서울 출생
▲1950년 중앙고 졸업
▲1961년 가톨릭대 졸업ㆍ사제수품
▲1964년 천주교중앙협의회 총무
▲1968년 로마 우르바노 대학원 졸업
▲1970년 주교수품,청주교구 교구장
▲1975년 주교회의 상임위원
▲1983년 주교회의 교회법위원장
▲1993년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부의장
▲1996년 주교회의 의장
▲1998년 서울대교구 교구장,평양교구교구장 서리
▲2003년 아시아특별 주교시노드(주 교회의) 상설사무처 평의회 위원
◆'민족해방의 영도자 모세'(2005) '우주를 알면 하느님이 보인다'(2003) 등 저서 11권.'김대건 신부의 서한'(1997) 등 역서 13권.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