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공직에 있는 30년간 무역협회에 아마 수백 번은 방문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오늘 오는 길은 멀고도 힘들었습니다." 22일 한국무역협회 신임 회장에 선출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이희범 회장의 표정은 밝아보이지만은 않았다. 오전 총회에서 관료 출신 회장 선출에 대한 상당수 회원사들의 반발 때문인 듯했다. 이 회장은 "오늘 논란이 있었는데 논란의 소지를 제공한,덕이 모자란 사람이 저라고 생각하고 각오를 새로이 하고 있다"며 몸을 낮췄다. 그는 "업계에서 회장을 맡다가 정부에서 왔다는 점 때문이지 저 개인에 대한 반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상대적으로 공조직에서 멀어졌다고 생각하는 회원사를 위해 일하겠다고 덧붙였다. 자신을 반대했던 한국무역인포럼이 짧은 기간 2600여장의 위임장을 확보한 데 대해 이 회장은 "무역협회가 그동안 많은 일을 했지만 구석구석을 살피는 데는 취약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앞으로 업계 구석구석을 살피는 데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역협회 회원사가 6만7000여개에 이르는 만큼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그분들(무역인포럼)과도 빠른 시간 내에 대화를 갖고 협회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오늘 논란이 있었지만 이젠 6만7000여 회원사들이 한마음이 돼 우리나라가 올해 3000억달러 수출시대를 열고 머지않아 1조달러 무역시대를 여는 데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도 했다. 관료 출신이 정부에 대해 쓴소리를 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무역업계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정부에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협력할 것은 협력하겠다"면서 "쓴소리 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필요하다면 쓴소리도 하겠다"고 밝혔다. 김재철 전 회장이 주장했던 무역협회와 KOTRA의 장기적인 통합론에 대해서는 "KOTRA도 나름의 기능과 역할이 있다"면서 "통합을 얘기하는 것보다는 두 기관이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