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엄단의지를 내비쳤던 이용훈 대법원장이 20일에는 '국민재판론'을 들고 나왔다. 이 대법원장은 이날 신임법관 임용식에서 "재판은 국민 대다수가 납득할 수 있는 판단이어야 한다"며 "재판은 국민의 이름으로 하는 것이지 판사의 이름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법관에게 재판권을 수여한 주체가 국민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법원장의 이날 발언은 피고인 전원이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두산 비자금 사건 1심 판결에 대해 노골적으로 '공개 유감'을 표시한 직후의 일이어서 법조계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개혁 성향의 이 대법원장이 사법부에도 본격적으로 개혁의 메스를 가하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그의 행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대법원장의 이 같은 '강공 드라이브'가 오히려 법관들을 위축시키지 않겠느냐는 지적이다.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헌법학)는 "판사는 판결로 말한다는 원칙은 개개 판사뿐만 아니라 대법원장에게도 타당하다"며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게다가 최근 대법원은 사회적 이슈가 되는 중요 사건의 경우 인터넷 홈페이지에 별도의 코너를 개설,공론화를 거치도록 했다. 이 경우 '법관의 양심과 법률'에만 따라야 할 재판이 마녀사냥이나 여론몰이식으로 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는 "대법원이 사법 개혁을 부르짖고는 있지만 사법부 불신의 주범격인 전관예우 근절 방안 마련에는 미온적인 이유가 뭐냐"며 일침을 가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