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이 20일 방북시기를 4월에서 6월로 전격 연기한 것은 민족 화해를 위한 자신의 의지가 소모적인 정치공방으로 이용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여권이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을 5·31 지방선거에 이용하려 한다"며 의혹을 제기했고,열린우리당은 "남북 문제가 선거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명백한데도 억지를 쓰고 있다"면서 공방을 벌여왔다.

김 전 대통령의 최경환 비서관이 "정치적 오해를 피하기 위해 연기했다"고 밝힌 점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선거용' 논란 속에 방북이 이뤄질 경우 그 의미가 훼손될 수밖에 없는 만큼 불필요한 오해와 부담을 무릅쓰고 방북을 추진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4월15일이 김일성 주석의 생일이라는 점,최근 여론조사에서 '방북 연기'의견이 많았던 점도 방북 연기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통일부 당국자는 "4월은 김일성 생일이 있어 불필요한 오해를 살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이 6월로 연기되면서 경의선이 방북 경로로 이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 측면은 있다.

김 전 대통령이나 통일부에서는 남북이 연결된다는 점에서 경의선 개통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철도 궤도를 완성해 놓고도 북한이 시험 운행 일정 협의에 응하지 않고 있는 터라 김 전 대통령의 계획대로 4월 중 경의선을 이용한 방북은 불투명해 보였다.

양준영·정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