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에서 발생한 명의도용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면서 사건의 근원으로 지목되는 '아이템 현금거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왜 한국에서만 아이템 거래가 극성을 부리는지 의문이 끊이지 않고 있고,한국 온라인게임의 틀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리니지의 성주인 K씨는 지난 1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이템 현금거래는 한국 온라인게임의 가장 심각한 문제"라며 "아이템 거래를 전제로 한 게임 체제를 바꾸지 않고는 명의 도용 사기 해킹 등의 문제를 근절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온라인게임이 '아이템 현금거래의 함정(악순환)'에 빠졌다고 우려한다.


아이템 거래로 게임이 성공하자 게이머들이 게임의 다른 재미를 무시한 채 아이템 거래에 집착하게 되고 게임업체는 돈을 벌려고 이를 더욱 조장했다는 것.그 결과 게임업체는 돈을 벌지 못해도 아이템 중개상들은 톡톡히 재미를 본다는 말도 나온다.


김현광 윈디소프트 마케팅 팀장은 "아이템 거래에 종속되면서 한국 온라인게임은 다양성에서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며 "해외에선 새롭고 기발한 아이디어의 게임이 쏟아져 나오는데 한국에선 아이템 거래에 집중된 비슷비슷한 게임만 나온다"고 말했다.


왜 그런가.


위정현 중앙대 상경대 교수는 "한국 온라인게임 업체들이 벤처정신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위 교수는 "한국 온라인게임 시장에는 '아이템 거래'라는 단 하나의 성공 모델만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또 "개발사는 끊임없이 새로운 성공 모델을 창조해내야 하는데 아이템 거래에만 매달려 있다"며 "이 모델이 성공을 보장하기 때문에 다른 가능성에 도전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풍토,게임을 통해 돈벌이를 하려는 일부 게이머들도 아이템 거래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명 '작업장'과 같이 고정적인 수입을 얻기 위해 현금거래를 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전했다.


아이템 현금거래 없이도 인기를 얻는 게임을 만들 수는 없는가.


위 교수는 "아이템 현금거래 이외의 재미 요소를 찾는 등 개발 단계부터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 관계자도 "스토리 전략 등 다른 재미 거리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카트라이더''프리스타일''메이플스토리'와 같은 게임의 성공은 이런 측면에서 희망을 갖게 한다.


미국계 게임업체 EA코리아의 관계자는 "캐주얼게임이 잇따라 성공하면서 리니지류 게임 일변도의 제작 관행이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이템 현금거래 문제는 게이머들이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위 교수는 "최근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의 성공과 캐주얼게임의 도약은 게이머들이 점점 아이템 거래 일변도의 리니지류 게임에 식상해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