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중국발 짝퉁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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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남부 선전에서 이동 저장장치인 USB메모리를 만드는 랑커가 지난 주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랑커의 덩궈순 총경리(사장)는 미국의 3대 USB메모리 업체인 PNY테크놀로지를 상대로 미 텍사스 법원에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발표했다.
랑커는 소송 대리인으로 미국의 10대 로펌 중 하나인 '모건 루이스 & 보키우스'를 선택했다.
중국 언론들은 외국기업으로부터 지식재산권 침해 소송을 당하기만 하던 중국기업이 미국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랑커는 지난 2004년 에도 일본의 소니를 상대로 같은 소송을 중국법원에 제기한 적이 있으며 현재 계류중이다.
랑커 사례는 중국에서도 지재권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문제는 지재권 중시는 외자기업 입장에서 '중국산 짝퉁 피해'가 줄어드는 호재인 동시에 랑커처럼 '중국발 짝퉁 소송'이 늘어날 수 있는 양날의 칼이라는 점이다.
특히 중국 기업들이 현지에서 외국의 브랜드 업체보다 앞서 해당 지재권을 등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재권을 먼저 등록한 자가 권리를 갖게 돼 있는 중국 법을 악용하는 것이다.
베이징현대차가 2002년 말 공장가동에 들어가면서 중국기업으로부터 셴다이치처(現代汽車,현대자동차라는 중국어 표현) 상표를 사들인 것은 한 사례일 뿐이다.
현대차는 이를 계기로 출시하지 않은 모델의 중국명까지 출원을 마쳤다.
하지만 중국과 거래하는 중소기업들의 지재권 인식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법무법인 신세기의 김덕현 중국법률연구소장은 "중국은 짝퉁이 많아 지재권 등록을 해도 소용 없는 국가라고 생각하는 우리 기업인들이 많다"며 "이 때문에 짝퉁 소송 위협에 시달리는 우리 기업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류를 상하이에 수출해온 한국의 A사는 가격이 안맞아 중국의 수입대리상을 바꾸려 하자 대리상이 몰래 등록한 상표권을 내밀며 위협하는 바람에 난처한 상황에 빠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발 지재권 소송이라는 신 차이나리스크에 치밀하게 대응해야 할 때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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