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러시아가 에너지 분야에서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까지 챙기려 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러시아가 다루기 힘든 이웃나라들이 순응하도록 에너지 자원을 '새로운 무기'로 사용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그러나 실은 주변국들에 상당히 싼 가격에 가스를 공급해오던 옛 소련의 에너지 정책에서 시장에 기반한 가격 메커니즘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예전처럼 싼 가격에 가스를 팔았다가는 한 해에 수십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러시아에 빨리 시장경제원칙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가르쳤던 측이 이번 에너지 분쟁에 정치색을 입히고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의 알려지지 않은 용의자가 가스 수송관을 폭파했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론 이 시설들이 태업사태에 직면했고 러시아의 긴급대책반이 영하 30도에서 목숨을 걸고 공급선을 정상화시켜 놓았다. 발트해에 북유럽가스관을 설치,유럽지역으로 향하는 가스 공급 루트를 다양화하려는 러시아의 노력도 주변국을 상대로 하는 정치적 게임으로 인식되고 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새해 국정연설에서 미국의 원유 의존의 심각성을 얘기했다. 미국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수긍할 만한 가격의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전통적인 공급원으로부터 석유의존도를 줄일 필요가 있고 러시아는 새로운 에너지 수요자를 찾고 있다. 에너지 논쟁의 '정치화'가 이런 협력 가능성에 방해요소가 돼선 안된다. 러시아와 미국은 에너지 분야에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더욱 머리를 맞대야 한다. G8(선진7개국+러시아) 의장국인 러시아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릴 G8 정상회담에서 국제적인 에너지 안보 문제를 집중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석유와 탄화수소 원료는 러시아-미국 간 교역의 중심을 이룬다. 작년 러시아는 미국에 1억6000만배럴의 석유를 공급했다. 또 '사할린-1'이란 프로젝트는 엑슨모빌과 다른 외국계 회사간의 합작투자로 진행되고 있다. 올해에 목표로 하는 생산량에 이를 전망이다. 또 러시아 루코일과 미국 코노코필립스는 시베리아의 티만 페초라 유전(2008년 하루 20만배럴 생산 예상) 공동개발 등과 관련,전략적 제휴를 강화하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도 또 다른 기회요소이다. 작년 9월 러시아산 LNG를 실은 유조선이 처음으로 미 메릴랜드 항구에 도착했다. 올해 유조선 5척이 더 들어오면 러시아는 미국에 LNG를 공급하는 톱5 국가에 들어간다. 더 크게는 가즈프롬이 북극해의 슈톡만가스전을 개발할 국제 컨소시엄을 지명하는 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러시아로선 미국 에너지 기업과의 협력으로 기술 노하우와 경영 기법,높은 생산성과 경쟁력을 이전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세계 에너지 시장의 전반적인 안정성을 가져오는데 핵심적 요소가 될 것이다. 국제 에너지 시장의 안정성은 건전한 에너지 정책에 의해 가능한 것이지,정치가 개입된 에너지 논쟁으로는 실현될 수 없다. 정리=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 -------------------------------------------------------------- ◇이 글은 유리 우샤코프 주미 러시아 대사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원칙 있는 정책(Principled Policy)'이란 제목으로 실은 기고문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