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아울렛들이 올 봄 신상품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소비 회복세의 영향으로 백화점 가두점 등 정상 매장에서의 의류 판매가 늘면서 아울렛으로 빠지는 물량이 급속히 줄어든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이 백화점 상품과 똑같은 봄 신상품을 아울렛에서 구입하려면 내달까지 기다려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상품에 대한 할인율도 예년의 절반 이하인 10% 남짓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아울렛몰의 신상품 조달 원가가 크게 올라갔기 때문이다.


통상 봄 신상품은 1월 마지막주 정상 매장에 깔린 뒤 2월 중순께 아울렛 타운에서 판매가 시작된다.


하지만 올해는 패션업체들이 좀처럼 신상품을 아울렛으로 내보내지 않고 있다.


제품 소진율(특정 시점의 판매량이 시즌 전체 생산 물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전년도의 두 배를 넘고 있기 때문이다.


"제값 받고도 충분히 팔 수 있는데 뭐하러 아울렛에서 할인 판매를 하느냐"는 것이다.


아울렛몰들은 매장의 30% 안팎 물량을 시즌 신상품으로 채워왔다.


금천패션타운 마리오 아울렛 관계자는 "패션업체들이 일주일 단위로 정상 매장 제품을 갈아치우면서 내놓는 시즌 신상품을 받아 20~30% 정도 할인 판매해왔다"며 "이 때문에 그간 '아울렛에도 신상품이 있다'고 홍보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봄 시즌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지난 겨울부터 시작된 의류 소비 회복세가 올 봄까지 이어지며 정상 매장에서 봄 신상품 판매가 활기를 띠고 있는 것.신원의 여성복 '씨'는 지난 17일까지 전체 상품의 42%를 정상가로 팔았다.


일부 품목은 벌써 시즌 전체 계획 물량의 70%를 팔아치운 것도 있다.


업계에선 정상가 판매율이 50%가 넘으면 해당 시즌은 성공한 것으로 본다.


그런데 올 봄에는 추위가 채 가시기도 전에 대부분의 유명 브랜드옷 소진율이 40%를 넘고 있어 시즌 막판에는 80%까지도 정상가로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업체들은 보고 있다.


봄 옷 판매가 이처럼 호조를 보이자 패션업체들은 정상 매장에서 신상품을 팔아치우는 데 몰두할 뿐 아울렛 판매는 뒷전이다.


아울렛으로 빠져나오는 신상품 물량이 주는 데 비해 최근 몇년 새 전국적으로 아울렛 타운이 많이 생겨나 신상품 조달 원가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금천패션타운,문정동 로데오거리 등에 위치한 주요 아울렛몰들은 상품 구색을 갖추기 위해 해가 지난 이월상품 비율을 높이고 자체 기획상품을 내놓고 있다.


문정동의 한 아울렛 관계자는 "올 연말까지 지속적으로 의류 소비가 활발할 경우 내년에는 이월이나 재고 상품마저 조달하기 힘들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