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까지는 100야드가 채 안 되는 거리.그렇지만 그린 오른쪽은 워터해저드가 자리잡고 있고 깃대도 해저드쪽에 꽂혀 있어 결코 만만치 않은 상황.더욱이 샷의 주인공은 아직 미국LPGA투어에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한 신인.56도 웨지를 떠난 볼은 홀 앞 3m 지점에 떨어지는가 했는데 데굴데굴 굴러 홀 앞 30cm 지점에 멈췄다.


김주미(22·하이트)의 투어 첫승은 그렇게 이뤄졌다.


한국선수가 대거 출전한 가운데 미국 하와이주 오아후의 터틀베이리조트골프장 파머코스(파72)에서 열린 2006미국LPGA투어 개막전 SBS오픈(총상금 100만달러).김주미와 또 다른 한국선수 문수영(22),그리고 2003년 투어 신인왕 로레나 오초아(25·멕시코)가 3라운드 합계 10언더파 206타로 공동선두를 이뤄 연장승부에 돌입했다.


연장전은 관례에 따라 승부가 결정될 때까지 18번홀(파5·539야드)에서 치러졌다.


연장 첫홀에서 문수영과 김주미가 쉽지 않은 버디를 잡은 반면,볼을 홀에 가장 가깝게(약 2m) 갖다놓은 오초아의 버디퍼트는 홀 오른쪽으로 흘러버렸다.


오초아가 탈락하면서 승부는 한국선수 간 대결로 좁혀졌다.


두 선수는 다시 18번홀 티잉그라운드로 돌아가 연장 두 번째홀 경기를 시작했고,서드샷 거리를 모두 80야드 정도 남겨두었다.


먼저 친 문수영의 웨지샷은 홀 뒤 3m 지점에 멈춘 반면,80야드를 남기고 친 김주미의 웨지샷은 홀 앞 30cm에 붙어 승부가 결정됐다.


문수영의 버디퍼트는 홀 옆으로 비켜갔고,김주미의 버디퍼트는 홀속으로 떨어졌다.


투어데뷔 2년 만의 첫승이었다.


2002년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김주미는 2003년 한국여자프로골프에 데뷔해 상금왕 다승왕 신인왕과 최우수선수까지 모두 휩쓸었던 준비된 챔피언.지난해 미LPGA투어에 진출해 '톱10'에 두 차례 들며 상금랭킹 50위에 오른 데 이어 데뷔 2년째인 올해 첫 대회에서 우승컵을 거머쥐며 차세대 간판 주자로 등장했다.


미LPGA투어 대회를 제패한 18번째 한국선수로 이름을 올린 김주미는 또 하와이에서 치러진 미LPGA투어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첫 번째 한국인의 영예도 함께 누렸다.


김주미의 우승 뿐 아니라 문수영이 공동 2위를 차지했고 임성아(22·농협한삼인)가 공동 8위에 올라 개막전부터 미LPGA투어에 강력한 '한류 열풍'이 불어닥쳤다.


첫날 공동선두에 나섰던 박지은은 뒷심부족으로 합계 5언더파 공동 13위로 경기를 마쳤다.


한편 '슈퍼 루키' 모건 프레셀(미국)은 합계 7언더파 208타로 공동 5위에 올라 만만치 않은 실력을 과시한 반면,퀄리파잉토너먼트를 1위로 통과하며 올해 데뷔한 미야자토 아이(일본)는 합계 1오버파 217타로 공동 49위에 머물러 대조를 이뤘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