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춤속에 감춰진 미학 ‥ 백원선씨 개인전 27일까지 노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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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가 백원선씨의 개인전 '멈춤'이 서울 관훈동 노화랑에서 펼쳐지고 있다.
백씨는 우리 복식과 자수에서 예술을 뽑아낸다. 한복 저고리와 치마처럼 3 대 7의 비율을 자주 활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색채는 어두운 편이지만 그 속에는 오방색이 다 들어있다. 이른바 '감춤의 미학'이 여기에서 나온다.
쾰른 아트페어 출품 때 흰색 작품 200호짜리에 한지를 일곱겹까지 덮어본 적도 있다. 선비의 아내들이 여름 모시옷을 입을 때 안이 슬쩍 비치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겉옷보다 속옷을 더 잘 입는 '품격의 깊이'를 작품 속에 녹여내고 싶었던 것이다.
최근에는 말의 형상을 자주 그린다. 그림 속의 말은 모두 멈추어 서서 멀리 바라보기만 한다. 힘찬 에너지의 상징인 말은 달릴 때의 속도감을 생명으로 삼는다. 그런 면에서 달리지 않는 말의 '멈춤'은 역설적이다. 그만큼 더 선명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은 3년씩 묵힌 뒤 그 위에 막을 덮어서 형상을 넣은 것. 그림 속에 형상을 넣어본 것은 처음이라고 그는 밝혔다. 그러나 형상에 집착하진 않는다. 형상은 늘 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지의 독특한 질감과 수묵의 은은한 느낌을 잘 살린 그의 작품들이 조곤조곤 말을 건네오는 듯하다.
27일까지. (02)732-3558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