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에 사는 한 여성은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노드스트롬 백화점에 들러 옷을 한 벌 샀다.


공항에 도착해 가방에 든 비행기표를 찾았다.


그러나 가방 안엔 비행기표가 없었다.


백화점에서 서두르느라 배행기표를 매장에 놓고 온 것이었다.


어쩔줄 몰라하며 당황하고 있는데 한사람이 숨을 헐떡이며 비행기표를 건네줬다.


백화점 여직원이 비행기표를 들고 공항까지 택시를 타고 달려온 것이었다.


이 비행기표를 받아든 여성은 틀림없이 노드스트롬의 친절에 감동 받았을 것이다.


이처럼 고객을 감동시키면 충성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덕분에 노드스트롬 백화점은 1978년 개점한 이후 자산이 2억2500만달러에서 19억달러로 늘어나는 등 약 7배의 성장을 이룩했다.


이 업체의 광고비 지출은 같은 업계의 평균 광고비보다 훨씬 적은 데도 단위매장당 매출액은 미국 백화점 중 최고다.


일반적으로 고객이 서비스나 상품에 대해 불만족을 느끼는 데는 5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그러나 5분 후에 완전히 불만족을 느낀 고객이 다시 돌아오는 데는 5년 이상 걸린다고 한다. 따라서 고객을 감동시키려면 첫대면에서 감동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 첫대면 순간을 스웨덴의 스칸디나비아항공(SAS) 회장이었던 얀 칼슨은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MOT)'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항공사 직원과 고객이 처음 만나는 순간에 모든 것이 결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그는 지난 80년 세계 최초로 고객감동 경영을 도입했다.


세계적 복사기업체인 제록스는 '왜 만족한 고객들도 떠나는가'를 조사해 봤다.


이 회사는 만족한 고객의 등급을 1~5단계(숫자가 클수록 만족도가 높음)로 나누었다.


그런데 이 조사에서 정말 특이한 현상이 발견됐다.


4단계 만족을 한 사람이 5단계 만족을 한 사람보다 다시 그 제품을 사지 않을 확률이 6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를 근거로 제록스는 '고객만족'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고 '고객감동'을 일궈내야 성공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여기서 노드스트롬사의 고객감동 사례를 더 살펴보자.


바겐세일이 끝난 다음날이었다.


한 고객이 노드스트롬에 바지를 사러 왔다.


그 고객은 바겐세일 기간이 끝난 줄도 모르고 자기가 눈여겨 봐뒀던 고급브랜드 바지를 사고 싶어했다.


그러나 사이즈 맞는 게 다 팔리고 없었다.


판매사원이 백화점 창고에 연락해봤는 데도 맞는 사이즈가 없었다.


그러자 그는 건너편 백화점에 연락해 고객이 원하는 바지를 정가에 사와 바겐세일 가격으로 팔았다.


노드스트롬엔 이런 어이없는 고객감동 사례가 무수히 많다.


하지만 이같이 놀라운 서비스를 받아본 소비자라면 누구라도 이 백화점을 다시 찾아오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노드스트롬의 고객감동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무조건적 반품 △원스톱 쇼핑 △영웅적 서비스 등이다.


'고객이 5년 동안 신은 신발 한 켤레를 가지고 와서 신발이 다 닳았다고 불평하며 환불을 요구한다면 최선의 판단은 즉시 돈을 꺼내주라'는 것이 이 회사의 반품조건이다.


특히 이 회사는 반품을 받을 땐 무조건 현금으로 환불한다. 결국 이 같은 반품정책 자체가 노드스트롬 백화점의 고객감동 이미지를 갈수록 굳게 해주고 있다.


또 이 회사 판매사원들은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원하시는 제품 무언가가 우리 백화점 어딘가에는 있을 것이기에 저희는 그 상품을 이 자리에서 찾아드리겠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모든 물품을 한 매장에서 처리해준다는 얘기다.


의류매장에서 화장품을 찾는 고객이 있다면 즉시 가져와 판매한다.


노드스트롬 직원에겐 딱 한 가지 철칙이 있다.


어떤 상황에서라도 자신이 판단해 고객에게 좋다고 생각되는 것은 바로 실행에 옮기라는 것이다.


이 철칙 덕분에 근무시간에 고객의 비행기표를 들고 곧장 공항으로 달려갈 수 있었던 셈이다.


이 같은 고객감동 경영은 비용절감 효과를 가져다 준다.


기존 고객의 재구매를 유도하기 때문에 마케팅 비용이 덜 들어간다는 뜻이다.


새로운 고객을 창출하는 비용은 기존 고객을 감동시키는 비용보다 5배가 더 들어야 팔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감동한 고객의 구전효과는 엄청나게 크다.


감동한 고객은 친구 이웃 친지 등에게 자발적으로 선전한다.


구입을 권유하기도 한다.


따라서 한 명의 고객이 스스로 여러 명의 신규 고객을 만들어낸다.


감동한 고객은 기업을 흥하게 만들고 불만족한 고객은 회사를 망하게 만든다.


우리는 친구의 말 한마디가 TV광고보다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수없이 겪어왔다.


전략적으로 고객감동경영을 하려면 고객정보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고객정보시스템은 △고객정보파일(CIF) △고객의 소리(VOC) △고객만족지수(CSI) 등 3가지를 파악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이제 한국에서도 고객감동경영을 도입,실천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중소기업 가운데서도 고객감동경영으로 성장가도에 오른 기업이 여럿 있다.


이런 시점에서 한국경제신문사는 구매제품의 반품기간을 한 달로 늘리고 무상보증기간을 2년으로 연장해주고 있는 한누리비즈를 비롯 엘림에듀 템피아 잡코디 케이아이씨 현대텔레매틱스 등을 고객감동 우수기업으로 선정했다.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