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14일 공개한 대중(對中) 무역관계 재검토 보고서는 오는 11월의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의회에서 갈수록 거세지는 반중(反中) 기류를 의식한 정치적 성격이 강한 것으로 분석된다. 보고서가 대중 무역적자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 설치 등을 밝히고는 있으나 대부분의 내용이 과거에 제시된 것들로 이렇다하게 새로운 것이 없기 때문이다. USTR의 `강성' 보고서에 대해 중국도 `의회를 의식한 제스처'라는 식으로 대수롭지않게 반응해 미중 당국이 겉으로는 어떻게 나올지에 관계없이 위안(元)화 절상이 연계된 무역불균형 문제를 계속 정치적으로 풀어갈 것임을 예고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15일자에서 보고서를 분석하면서 이것이 USTR의 `밥그릇 지키기' 성격도 담고 있는게 아니냐고 조심스럽게 분석했다. 즉 백악관이 중국을 세게 몰아붙이지 않아온데 대한 의회의 불만이 커져온 상황에서 의회 일각에서 USTR과 별도 조직으로 `무역검사' 제도를 도입하자는 견해가 제기돼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무역검사는 검찰이 범죄자를 기소하듯이 미국에 대해 불공정하게 무역하는 상대국을 강하게 규제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 의회 강경파의 목소리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의회에 의해 미중무역 현황을 모니터하도록 위임받은 미중경제안보재고위원회 멤버인 마이클 웨슬은 저널에 롭 포트먼 무역대표나 조지 부시 대통령 누구도 "의회에 `새로운 무역규제기구'가 필요하다고 요청하지 않았다"면서 백악관은 무역검사 제도가 오히려 상황만 악화시킬 뿐이라는 우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웨슬은 지난해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가 기록적인 2천16억달러 가량으로 늘어난 가운데 중국측에서 나름대로 성의를 보이는 측면도 있다면서 중국이 최근 미국산 종이류에 대한 관세를 철회한 점을 상기시켰다. 저널은 이런 시점에서 USTR이 상무, 국무 및 재무부의 협조로 6개월여 공을 들여 재검토 보고서를 냈음을 상기시키면서 보고서에 미국 중소기업의 대중수출 확대 필요성과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구사하는 이중접근 전략이 여전히 현실적으로 최선책이라는 점이 강조된 점을 지적했다. 중국측 역시 USTR 보고서에 대해 별로 개의치 않는다는 제스처를 보였다. 중국 외교부와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측은 USTR 발표가 나온 후 `중국과 세계 경제 모두에 유익한 방향으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는 원칙적인 입장만 되풀이했다. 그러나 이날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미중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한 중국측 인사들의 입에서는 `대미 무역흑자 확대가 왜 우리만의 책임이냐'는 강한 항변이 거침없이 나왔다. 중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경제협력아카데미' 관계자는 "USTR 보고서가 (미)의회를 무마하기 위한 쇼"라고 서슴없이 표현하면서 "미 제조업계가 (싼 노동력 등 좋은 사업 조건을 찾아) 스스로 중국으로 공장을 옮기는데 우리가 어쩌란 말이냐"고 반문했다. 또 "이렇게 싸게 만들어진 상품이 미국인에게도 혜택을 주는 것이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상무차관의 입에서는 싼 중국제품 때문에 "미국의 인플레율이 2%포인트 떨어졌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는 모건 스탠리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인이 값싼 중국 수입품 때문에 절약한 돈이 지난 10년간 모두 6천억달러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미국 댈러스연방준비은행의 리처드 피셔 총재도 14일 아칸소주 리틀록 로터리 클럽 연설에서 "미국의 무역적자가 반드시 경제에 해가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975년 미국이 무역흑자를 기록했을 때보다 지금이 개인이나 국가가 모두 훨씬 잘산다"고 설명했다. 베이징 포럼에서는 미국의 수출 전략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의회 격인 전인대(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간부는 "미국이 중국 수출시장을 더 공격적으로 뚫어야 한다"면서 한 예로 하이테크 수입에서 미국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고작 10%라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이 군사목적 전용을 이유로 중국에 대한 하이테크 수출을 규제하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기도 하다. 블룸버그도 USTR 보고서가 의회 무마용이라고 분석하면서 보고서의 대부분이 과거 제시됐던 내용을 되풀이한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이와 관련해 USTR 보고서에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과 경제 관계를 강화한다는 대목이 포함돼있음을 주목했다. 언뜻 원칙적인 지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미국이 일본 및 우리나라 등 아시아의 다른 주요 교역국들과 관계를 강화해 중국을 `포위'할 수 있음을 강하게 시사하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USTR의 보고서는 여러 의미에서 이처럼 정치적 성격이 다분하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서울=연합뉴스) 선재규 기자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