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 배우가 주역으로 발탁된 영화들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최근 개봉된 김수로의 '흡혈형사 나도열'과 봉태규의 '썬데이서울'을 비롯해 최성국과 신이가 주연한 '구세주(16일)',성지루의 '손님은 왕이다'(23일),이문식의 '형사 공필두'(3월) 등이 그같은 작품이다. 오랫동안 조연에 머물던 배우가 주연으로 나선 영화들이 대거 선보이는 것은 이례적이다.


개봉 첫 주말 75만명을 동원한 '흡혈형사…'의 김수로는 1993년 영화배우로 데뷔한 이후 13년 만에 25편째 영화에서 첫 주역을 맡았다. 그는 주연 영화 상영을 계기로 각종 오락방송프로그램에서 만능엔터테이너로서의 실력을 과시하면서 전성기를 맞고 있다.


'구세주'의 최성국은 '색즉시공'과 '낭만자객',신이는 '간큰가족''B형남자친구' 등에서 감초연기를 각각 해오다 이번에 주연으로 출연했다. '손님은 왕이다'의 명계남은 54년 만의 첫 주연이고,성지루도 그동안 '선생 김봉두' 등 약 20편의 영화에 조역으로만 출연했다.


'형사공필두'는 지난해 '마파도'의 흥행 성공으로 급부상한 이문식의 단독 주연 데뷔작이다. '썬데이서울'의 봉태규는 지난해 '광식이 동생 광태'에서 김주혁과 함께 연기해 성가를 높인 케이스다.


조연배우들이 이처럼 주역으로 대거 발탁된 것은 최근 스타가 출연한 영화들이 흥행에서 실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장동건의 '태풍'과 '무극',권상우 유지태의 '야수',한석규의 '미스터주부퀴즈왕',설경구의 '역도산' 등이 대규모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줄줄이 흥행전선에서 무너졌다.


반면 1000만명을 돌파한 '왕의 남자',지난해 최대 흥행작 '웰컴 투 동막골',연극배우 출신 황정민이 첫 주연을 맡았던 '너는 내운명' 등은 대박을 터뜨렸다. 탄탄한 연기력에 바탕을 둔 재미있는 이야기가 영화계에 새로운 흥행코드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중견배우 백윤식과 김수미,신구,장항선,나문희 등이 젊은 스타 못지 않은 인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도 이런 경향을 보여준다. 게다가 영화사의 우회상장 열기로 자금조달이 쉬워져 제작편수가 급증하고 있는 것도 조역들의 주역 발탁의 요인으로 꼽힌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