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에 입문해 뼈가 부러져가며 배운 30년 인고의 세월, 고통스럽지만 내 운명이라면 다시 태어나도 줄꾼이 될 겁니다" 영화 `왕의 남자' 관람객 수가 1천만을 넘은 가운데 영화 속 장생(감우성 분)의 대역을 맡아 상한가를 누리고 있는 `줄꾼' 권원태(40)씨는 12일 정작 "줄타기가 이렇게 힘든 줄 알았다면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권씨는 "나는 스스로 광대라고 생각한다"면서 "줄은 하나의 대가를 받고 공연을 한다기보다 줄에 서는 그 순간만은 모든 것을 잊게 돼 다시 줄을 탈 수 밖에 없다"고 털어 놨다. 세계 줄타기 선수권대회 최고기록을 갖고 있기도 한 권씨(안성시립 남사당 바우덕이 풍물단 소속)는 영화의 성공이 오히려 부담스럽다고 손사래를 쳤다. 권씨는 "30년 외줄을 타고 전국 공연장에 다니면서 우리 전통 문화를 알리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면서 "줄타기가 전통 국악이 아닌 상품성으로만 인식되는 것 같아 착잡한 심정도 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영화와 요즘 정치판을 비교하는 데 대해 "영화는 줄에서 시작해서 줄에서 끝나는 광대들의 애절한 삶을 그린 것인데 왜 자꾸 정치와 결부시키는지 모르겠다"면서 "그동안 고생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씁쓸해 했다. 현재 유명세를 발판으로 `큰 판'에서 놀아보고 싶지 않으냐는 질문엔 "광대는 `큰 판' `작은 판'을 가리지 않는다"면서 "공연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보는 분들에게 최대한 즐겁고 기억에 남는 순간을 남기는 데만 주력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권씨는 "저는 하나의 광대로서 좀 더 배워 나가면서 후배를 양성, 줄꾼의 명맥을 이어가고 싶다"면서 "하나의 작품으로 남을 수 있는 한국 전통 줄놀이를 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히기로 했다. 또 "주변을 잘 살펴 보면 각 지방에서 우리 전통문화에 관련된 게 많다"면서 "관심만 가져주면 멋있고 아름다운 게 우리 전통 문화"라며 `우리 것'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권씨는 오는 4월1일부터 10월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안성 시립남사당전수관에서 상설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수원=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aayy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