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최근 횡령과 비자금 조성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박용성 IOC 위원에 대한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 IOC는 11일(이하 현지시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자크 로게 IOC 위원장 지시로 윤리위원회를 소집, 박용성 위원 비리를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리위는 이날 박 위원을 대신해 국제유도연맹(IJF) 관계자를 소환해 두 시간여 사건개요를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IOC는 토리노 동계올림픽 기간 다시 몇 차례 윤리위를 개최해 비리혐의를 정확히 파악한 뒤 집행위원회에 상정, 자격정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윤리위에 참석했던 IJF 관계자는 "현재로선 뭐라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판단은 IOC에서 하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보고만 했다"고 밝혔으나 "확률은 반반"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전 사례에 비춰 볼 때 서울중앙지법에서 유죄를 받은 박용성 위원이 IOC 위원직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1999년 `솔트레이크시티 스캔들'로 엄청난 파문을 겪었던 IOC는 이후 윤리규정을 엄격히 강화시켰다. 특히 2001년 IOC 권좌에 오른 로게 위원장은 2004년 김운용 전 부위원장이 검찰에 구속되자 마자 곧바로 자격을 정지시켰고 지난 해에는 횡령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프랑스의 기 드뤼 IOC위원을 역시 자격정지시키는 등 '투명성 제고'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 IOC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한국 법원에서 판결이 뒤집어지지 않는다면 박용성 위원은 IOC에서 떠나야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로선 박 위원이 IOC 윤리위에서 면죄부를 받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만약 IOC의 자격정지 이후 박용성 위원이 자진 사퇴한다면 한국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만이 IOC 위원으로 남아 스포츠외교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박용성 위원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때 IJF 회장 자격으로 IOC위원에 선출됐으며 그동안 활발한 활동을 벌여 한국스포츠의 대외 창구 역할을 했다. 그러나 `형제의 난'으로 인한 불똥이 국제적으로 번져 IOC는 물론 국제유도연맹에서도 설 자리를 잃을 위기에 봉착했다. (토리노=연합뉴스) shoel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