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세제 개편,국민연금 개혁과 같이 국민들의 부담이 늘어나는 일체의 정책 논의를 선거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인기 없는 정책들이 국민들의 표심을 더 갉아먹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이런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경제 정책의 보류는 향후 심각한 후유증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정부와 열린우리당에 따르면 당정은 향후 복지재원 조달을 위한 중·장기 조세개혁은 물론 각종 비과세·감면 축소 등 세금과 관련된 모든 논의를 5·31 지방선거 때까지 중단키로 했다. 이에 따라 당초 이달 말 여론 수렴을 위해 개최할 예정이었던 중·장기 조세개혁방안 공청회는 6월 이후로 연기됐고 올 상반기 중 검토를 끝낼 예정이던 226개 비과세·감면 축소 방안도 선거 이후로 처리를 미루기로 했다. 당초 저출산·사회안전망 추가 재원 마련을 위해 재정경제부가 올해 추진키로 했던 1,2인 가구 추가공제 폐지도 원점에서 다시 검토키로 했다. 이는 중·장기 조세개혁이나 비과세·감면 축소 등이 결국 국민들의 세금 부담을 늘릴 수밖에 없는 조치들로 벌써부터 여론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를 사실상 인상하는 내용의 중·장기 조세개혁 방안이 언론에 보도되자 열린우리당은 재경부에 중·장기 조세개혁 방안 마련을 선거 뒤로 늦출 것을 공식 요구했다. 재경부의 1,2인 가구 추가공제 폐지 방침도 결과적으론 '맞벌이 부부'의 피해로 돌아간다는 비판이 일자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재경부가 지방 선거를 망치기로 작정한 것 아니냐"며 정부 당국자들을 맹비난하기도 했다. 세금 문제뿐만이 아니다. 열린우리당은 8·31 부동산 후속대책에 대해서도 표에 유리한 것은 서두르고 불리한 것은 미룰 움직임이다. 열린우리당 이강래 부동산정책기획단장은 건설교통부가 추진하겠다고 밝혔던 중앙정부의 지방자치단체 재건축 인·허가권 환수와 관련,"직접 환수하는 것은 정치 일정 등을 고려할 때 현실적이지 않다"며 "직접 환수보다는 적절한 수준에서 중앙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지방 선거를 앞두고 지자체의 반발을 살 게 뻔한 재건축 인·허가권의 중앙정부 환수를 당장은 추진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또 무주택자에게 아파트 분양 우선권을 주는 방향의 청약제도 개편이 주택 소유자들의 반발을 사자 "청약제도처럼 민감한 사안을 하루 아침에 함부로 바꾸면 국민 피해가 크다"며 청약제도 개편 방안을 추진 중인 건교부를 질책하기도 했다. 이 같은 기류를 감안하면 '더 내고,덜 받는' 내용의 국민연금법 개정도 지방선거 전 처리가 불가능할 것이란 게 중론이다. 신임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등은 국민연금 개혁의 조속한 추진을 공언하고 있지만 표를 의식하는 여당이 대부분 국민의 부담 증가가 불가피한 국민연금법 개정을 지방선거 전에 추진할 수 있겠느냐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열린우리당은 또 최근 주요 정부정책 결정 과정에서 '당 우위' 원칙을 세우기로 하고 민생과 관련된 모든 정책은 당과의 협의를 통해서만 발표토록 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한 전직 경제부총리는 "총선과 대선 등 선거가 있을 때마다 경제정책 운용이 왜곡되고 훼손됐다"며 "사공이 많으면 경제는 좌초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차병석·김인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