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인수를 놓고 국민은행과 하나금융 간 맞대결이 본격 막을 올리면서 두 인수 후보 간 장외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하나금융이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독과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포문을 열자 국민은행은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즉각 반격하고 나섰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10일 "어느 나라에서도 한 은행에 시장점유율 30% 이상을 허용해 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인수 추진에 독과점 문제가 제기될 수 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윤교중 하나금융지주 사장도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당위성을 피력했다. 그는 "국가가 만들어준 틀 내에서 영업을 하던 은행(국민은행)과 자생적으로 시장을 넓혀온 은행(하나금융) 가운데 (인수후보로) 어디가 더 낫겠느냐"며 "국민은행은 외환은행을 인수해 발전시킬 능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고위 관계자는 "외환은행을 인수해도 독점 우려 같은 건 없다"며 하나금융측 주장을 일축했다. 현재 국민은행의 시장점유율은 20%에 미치지 못하고 외환은행을 인수해도 20%를 조금 넘는 정도란 것이다. 특히 하나금융의 김 회장과 국민은행의 강정원 행장은 경기고 선후배 지간이어서 이번 외환은행 인수전은 동문 간 자존심 대결로도 주목받고 있다. 김 회장은 경기고 57회로 강 행장의 8년 선배다. 강 행장은 1966년 경기고에 입학했다가 고교 2학년 때 부친을 따라 홍콩 국제학교로 전학가 동창회 명부에는 이름이 올라 있지 않지만 명예동문 대접을 받고 있다. 국민과 하나 등 인수후보들은 한 달가량 예비실사를 거쳐 매각주간사인 씨티글로벌마켓에 제안서를 제출한다. 이 중 한 곳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현장 실사를 거쳐 론스타와 MOU(양해각서)를 맺게 된다. 이에 따라 3~4월 께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될 전망이다. 현재 외환은행에 대한 예비실사는 현장 실사가 아니라 온라인 상에 데이터 룸을 설치해 장부상 실사를 하는 '버추얼(virtual)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와 관련,일각에선 온라인 예비실사는 통상적인 방법이 아닌 편법이란 지적도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주관하는 대우건설 매각과정에서도 예비실사를 온라인으로 진행할 정도로 버추얼 방식은 대중화되는 추세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