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이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면담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했다. 10일 재경부와 금융계에 따르면 웨커 행장은 지난 8일 한 언론사 주최 세미나 행사장에서 한 부총리를 만나 인사하는 과정에서 '추후 면담을 통해 외환은행 매각 과정을 설명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한 부총리측이 바쁜 일정을 이유로 면담을 거절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웨커 행장은 최근 언론에서 외환은행 인수·합병(M&A) 기사가 중구난방으로 나와 금융당국이 제대로 진행 과정을 모를까 우려했다"며 "실제 상황에 대해 은행장이 경제부총리에게 직접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면담을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웨커 행장이 행사장에서 한 부총리에게 '3월 말까지 서둘러 외환은행을 매각하려 한다'는 소문은 절대 사실이 아니며 '매각은 정상적 절차로 진행될 것'이라는 입장은 전했지만 외국인들이 많아 나중에 따로 만나자고 요청했던 것"이라며 "그러나 재경부가 '진행 상황을 충분히 알고 있다'고 해 면담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재경부 관계자는 "외환은행 매각 추진 상황에 대해 경제부총리가 굳이 은행장으로부터 설명을 들을 이유가 없다"며 "자칫 외환은행 매각에 재경부가 개입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어 면담을 정중히 거절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도 한 부총리가 M&A건으로 웨커 행장을 만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 부총리는 이날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서도 외환은행 매각에 대한 정부 입장을 묻는 의원들의 질의에 "외환은행과 같이 민영화된 금융회사의 M&A에 정부가 특정한 의견을 갖는 건 적절치 않다"며 "외환은행 매각은 시장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