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뽀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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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에 대한 각별한 사랑을 보이며 "살려줘요,뽀빠이~"하고 외치면 득달같이 달려오는 뽀빠이(Popeye).주걱턱에 머리카락도 몇 안되는 보잘 것 없는 뱃사람이지만,시금치 통조림에 의지하고서 험한 세상을 열심히 항해하는 뽀빠이.그가 지난달에는 딱 벌어진 잔칫상을 받았다.
77세 희수(喜壽)를 맞은 것이다.
뽀빠이가 처음 선을 보인 것은 지난 1929년 1월이었다.
미국의 한 신문 코믹만화 '골무극장'에 시시한 조연으로 얼굴을 내밀었다가 불과 2년 만에 주인공으로 올라섰다.
우람한 팔근육에 '정의의 사도'와도 같은 뽀빠이에 독자들이 반해버린 것이다.
올리브 역시 뽀빠이의 애인으로 돌아섰다.
그들은 처음 만난 지 70년 만인 1999년 결혼식을 올렸다.
70년 이상의 로맨스를 하면서도 아직 화촉을 밝히지 못하고 있는 금발아가씨 블론디와 그녀의 남자친구 대그우드가 부러워할 일이었다.
뽀빠이 하면 우선 생각나는 게 시금치다.
그가 시금치를 먹고서 괴력을 발휘하는 까닭에 아이들도 즐겨 시금치를 먹었다.
그러나 이것은 만화나 영화 속에서 잘못된 설정이었다.
E 폰 울프라는 독일 과학자가 1870년 시금치 성분을 분석하면서 철분의 소수점을 잘못 찍어 10배로 부풀려진 것이었다.
'철분의 왕'으로 자리매김된 시금치가 정정되는데는 무려 67년이란 세월이 걸렸다고 한다.
아이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뽀빠이 캐릭터를 만든 마이런 월드만(97)이 며칠 전 숨졌다.
그는 1930년 맥스 플라이셔 스튜디오에 입사,뽀빠이 외에도 '베티 붑'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만들었다.
작가는 스토리를 이어 가지만 만화가는 캐릭터를 다듬는다.
미키 마우스,아톰,도널드 덕,피너츠,슈퍼맨 등이 대중적으로 크게 히트한 것은 캐릭터의 공이 절대적이다.
만화가 월드만은 갔지만 그가 만든 '뽀빠이'는 앞으로 영원히 살아 세계 곳곳의 아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선사할 것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