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란 < 가람감정평가법인 이사 srcha@cvnet.co.kr > 직업의 형태는 다양하다. 통계청이 고시하는 한국표준산업분류표에는 크게 농어업 광업 제조업 서비스업으로 나뉘어지는데 이는 산업활동별 분류에 따른 것으로 특정사업체에서 수행하는 활동의 특성 및 사업내용 등을 고려한 결과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국민총생산에서 농어업ㆍ광업ㆍ제조업보다 서비스업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눈에 보이는 재화의 대가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용역의 대가가 국민 전체의 부를 증대시킨다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이 경제구조와 사회구조,그리고 특히 기업구조 측면에서 근본적으로 직면한 네 가지 도전 중 하나는 제조업이 차지하는 부와 일자리 창출과 경제의 중심 역할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피터 드러커가 저서 '미래 사회(Next Society)'에서 내다봤듯이 제조업의 생산량은 급증하는 데도 고용기회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노동력의 중심은 지식근로자(knowledge workers) 특히 지식기술자(knowledge technologists)로 급속히 이동한다. 지식근로자들은 한국 경제의 핵심 자원이자 부의 창출자 역할을 담당한다. 이런 맥락에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 및 연구를 바탕으로 일하는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변리사 건축사 감정평가사 부동산중개사나 공식적 자격이 부여되진 않았지만 각 분야의 상담 자문 등 용역을 제공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직업의 종사자가 늘어나는 것은 필연적이다. 물론 부문 또한 세분화 다양화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있다. 아직도 많은 기업인이 기업경영을 위한 자문을 받거나 법적분쟁을 해결 또는 예방하기 위해 변호사나 세무사 등 전문가에게 용역을 의뢰할 때 주저하는 것은 물론 용역이 완료됐음에도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으려 들 때가 있다. 내 경우 감정평가사 또는 부동산컨설턴트로서 부동산의 매입ㆍ매각시 예측가격 또는 개발 후 미래 가치에 대해 상담과 자문을 할 기회가 많다. 대부분의 고객이 신의성실의 원칙을 지키지만 간혹 현장조사 등에 투입된 실비조차 지불하지 않는 기업인을 대하면 씁쓸하기 짝이 없다. 일의 종류가 어떤 것이든 정직하게 일한 대가는 계산돼야 마땅한 것 아닐까.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지적 가치를 존중하고 부가가치 창출에 대한 대가를 제대로 인정할 수 있는 사회가 될 때 비로소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게 되는 것이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