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돈 마련을 위한 적립식 예금이나 만기 6개월 이상의 정기예금이 은행에서 이탈, 비(非)은행으로 몰리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는 조금이라도 이자를 더 얹어준다면 은행이 아닌 여타 금융기관을 마다하지 않는 금융소비자들의 인식변화를 읽을 수 있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 현재 은행에서 만기 6개월 이상의 정기예금과 적립식 예금 잔액은 310조원으로 2004년말 대비 5조4천억원 감소했다. 이에 반해 상호저축은행과 상호금융, 신협, 우체국, 새마을금고 등의 정기예금과 적립식예금 잔액은 210조1천억원으로 전년말 대비 17조8천억원 증가했다. 비은행권으로 장기예금이 몰리는 현상은 최근 수년간 물밑에서 서서히 조짐을 보여오다 2004년 이후 비은행권이 은행을 완전히 압도하는 양상이다. 2002년의 경우 은행의 장기수신(적립식 예금 및 만기 6개월 이상 정기예금) 증가액은 54조9천억원으로 비은행의 증가액 10조7천억원을 월등히 능가했다. 2003년에는 은행이 18조6천억원 증가한데 비해 비은행은 12조원 증가, 여전히 은행이 앞섰으나 2004년에는 은행이 9조원 늘어난데 비해 비은행이 20조9천억원 증가, 은행권을 압도했다. 또 지난해 1-11월중에는 은행이 5조4천억원 감소한 가운데 비은행이 17조8천억원 늘어 은행의 특판상품 취급 등을 통한 장기수신 유치노력을 무색케 했다. 이에 따라 장기수신 시장에서 점유율은 2004년말 은행이 62.1%, 비은행이 37.9%였으나 작년 11월말에는 은행 59.6%, 비은행 40.4%로 비은행이 처음으로 40%대로 올라섰다. 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저금리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예금자보호를 받을 수 있는 수천만원대의 정기예금을 저축은행 등에 예치하는 고객들이 계속 늘고 있어 당분간 장기수신시장에서 비은행권의 강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