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서예와 그림에 관심이 많은 데 우리집에 가서 구경하실래요?" 체모 시내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이것저것 물어보던 참인데,젊은 남자가 이렇게 제안했다. 생전 처음보는 한국 사람 세 명을 대뜸 자기집에 데리고 가겠다는 것이다. 젊은 사람의 이름은 아이얼컨장(28).체모에 있는 면화공장 공장장으로 웨이우얼인이다. 친구가 운전하는 택시를 타고 시내 외곽에 있는 그의 집에 들어서자 방 안에 그림과 글씨가 가득하다. 아랍문자로 쓴 글씨라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우리의 서예에 해당하는 작품들이 많다. 내용은 '아름다운 타클라마칸 체모' 등 체모의 자연과 사람을 예찬한 것이 많다. 그 중엔 '기술검사 간부들이 공평무사함''민족단결' 등과 같은 구호도 있다. "책을 보고 혼자 글씨와 그림을 연습했어요. 아랍문자도 한자처럼 여러가지 서체가 있는 데 서법이 12가지나 됩니다. 가로쓰기,비스듬히 쓰기 등 다 배우려면 한참 걸리죠." 방과 작업실을 둘러보니 공모전 당선작도 꽤 있다. 글씨 쓰는 걸 보여줄 수 있느냐고 하자 그는 바로 종이와 먹을 준비한다. 글씨는 붓이 아니라 납작한 막대 끝에 먹을 묻혀서 한 자 한 자 정성스레 쓴다. '아름다운 체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내용을 다 쓴 그는 종이 하단에 '나의 친구 서화동을 위하여'라고 부기한 뒤 낙관까지 찍어서 내밀었다. 이 친절을 어떻게 갚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