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검찰'이라는 비난을 받아온 검찰이 삼성가(家)를 정조준한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 증여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7일 삼성그룹이 이건희 회장의 사재로 8천억원을 출연하는 등 사회공헌 확대 계획을 발표한 것과 관련, "수사와는 아무 관련도 없다. 회계자로 분석이 끝나면 피고발인 조사에 착수하는 등 우리 계획대로 간다"고 밝혔다. 검찰의 이런 언급은 사재 출연 등 삼성의 `반(反) 삼성' 달래기가 수사에 영향을 줄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차단하기 위한 원칙적 수준의 의견 표명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제 검찰의 행보는 심상치 않다. 에버랜드 CB 사건 수사는 비서실 `윗선'에서 별도 지시가 있었는지를 추적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달 20일께 있을 검찰 중간간부 인사가 변수로 남아있지만, 애초 등 떠 밀려 기소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던 검찰은 차근차근 단계별 조치를 취해가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검찰은 이미 삼성 비서실 관계자로부터 1996년 12월 삼성 계열사가 에버랜드 CB인수 권리를 포기하고 이 회장의 장남 재용씨 등에게 넘기는 과정에 비서실이 개입했다는 `자백'을 확보했다. 기소 이후 줄곧 삼성측이 "에버랜드 실무진이 실권한 CB를 인수할 사람을 물색하다 비서실에서 연락을 받고 이사회를 거쳐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지급한 것"이라며 공모, 지시 혐의를 부인하던 것에 비하면 한 단계 진척된 수사 결과다. 검찰은 에버랜드 CB를 재용씨 등에게 `몰아주는 데' 비서실 뿐 아니라 이 회장 등 삼성 오너 일가의 지시 내지는 공모가 있었을 것으로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향후 수사나 재판에서도 이 부분이 가장 쟁점이다. 삼성은 `안기부 X파일'로 불거진 1997년 대선자금 의혹이나 2002년 대선자금 수사 때 정치권에 건네진 돈이 이 회장 `개인 돈'이었다며 회사 차원으로 불똥이 튀는 걸 차단했다. 검찰도 삼성 구조조정본부 압수수색이나 이 회장 소환 등 중요한 절차를 생략한 채 두 사건에서 모두 이 회장이 개인 재산으로 정치자금을 건넸다는 결론을 내려 봐주기 수사라는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에버랜드 CB 사건의 경우 그룹 후계 구도가 달린 문제를 비서실이 이 회장 등 수뇌부에게 보고하지 않고 단독으로 처리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검찰도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배당이 이뤄진 적이 없을 뿐 아니라 환금성도 없어 투자가치가 없다'며 계열사들이 `버린' CB를 오너 3세가 대량으로 사들인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공모, 지시를 밝히는 게 수사의 종착역이 될 것이다"며 "참고인 조사는 거의 마무리됐고 회계법인에서 압수한 회계자료 분석이 끝나면 이회장 등 주요 피고발인들에 대한 소환 조사에 나설 것이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작년 12월 삼성그룹 회계를 담당했던 회계법인 사무실 3곳을 압수수색해 에버랜드 법인주주 8개사 및 주요 계열사들의 회계자료 20여 상자를 확보, 그룹 후계구도와 CB 편법 증여의 상관관계를 입증하는 데 주력해왔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mino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