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8 15:53
수정2006.04.08 19:49
"우리가 3년동안 나눈 키스의 열량은 얼마나 될까? 사랑의 열량은,그 에너지는 어디로 간 걸까?"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앞의 것은 드라마 '내 사랑 김삼순'에서 옛애인의 약혼 케이크를 만들던 삼순이 과거를 회상하면서,뒤의 것은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상우가 떠난 애인을 찾아가서 하는 말이다.
이런 대사가 아니라도 사랑 때문에 아파본 이들은 안다.
키스는 약속이 아니고 사랑은 영원하지 않다는 걸.기침,가난,사랑은 숨길 수 없다지만 멀어지는 마음 또한 감춰지지 않고 따라서 사랑이란 오는 순간은 몰라도 가는 시간은 분명하다는 걸.사랑이 식을 때 얼마나 모질고 치사해질 수 있는지도 안다.
하지만 사랑에 막 빠진 이들은 이런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자기들 사랑만은 하늘이 두 쪽 나도 변함없으리라 굳게 믿는다.
몇 년은커녕 만난 지 100일도 안돼 깨지는 커플들이 연애할 동안엔 "사랑에 유통기한이 있다면 만년으로 하고 싶다"(중경삼림)는 식의 고백을 해가며 죽자 사자 한다.
그러나 시간은 모든 걸 바꿔 놓는 법.눈에 씌운 콩깍지가 벗겨지고 나면 상대방의 장단점이 구분되고 주위의 시선과 얘기에도 신경이 쓰이게 된다.
무작정 보고 싶고,마냥 함께 있고 싶은 마음도 점차 시들해진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거의 비슷한 이런 변화에 대해 많은 연구자들은 과학적으로 당연한 일이라고 보고한다.
연인 외엔 눈에 뵈는 게 없는 열정적 사랑엔 유효기간이 있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파비아대 엔조 에마누엘레 박사팀은 6개월,미국 코넬대 신디아 하잔 교수팀은 18~30개월이라고 발표한 가운데 이탈리아 피사대 연구팀에서 다시 불타는 애정의 시간은 2년 정도라는 결과를 내놨다고 한다.
생리적으로만 보면 사랑의 유효기간은 2년을 넘기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긴 세월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잇는 건? 흔히 정(情)이라지만 알고 보면 상대에 대한 이해와 측은지심,옆에 있어주는 데 대한 고마움 같은 게 아닐지.진짜 사랑은 "왜"라고 묻지 않고 "괜찮아" 하는 데서 비롯되니까.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