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명과학은 지난달 회사 연구소에 핵심 연구원 20여명으로 구성한 '개량신약 개발부'를 출범시켰다. 국내 첫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신약 '팩티브'를 내놓는 등 창사 이래 줄곧 신약개발 전문기업을 표방해온 LG생명과학이 전담조직까지 신설하면서 개량신약 개발에 새로 뛰어든 것.개량신약 개발부는 올해 회사 전체 연구개발비의 20%가량을 배정받아 순환기질환 치료제를 중심으로 신제품 개발을 진행할 계획이다. 국내 제약업계에 '한미약품 이펙트'가 퍼지고 있다. 고혈압 치료제 '아모디핀' 등 개량신약을 앞세워 지난 1997년 업계 10위에서 지난해 3위로 도약한 한미약품의 성공 신화에 자극받은 제약회사들이 개량신약 개발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것. ◆개발비용 적고 기간 짧아 국내 제약사에 '안성맞춤' 개량신약은 오리지널 신약의 물질특허 기간 만료에 맞춰 일부 성분을 변형하거나 약물 전달경로 등을 다르게 해 새로운 제품으로 개발하는 것으로 '슈퍼제네릭'으로도 불린다. 오리지널 제품의 주성분을 그대로 이용하기 때문에 적은 비용으로 단기간 내에 개발이 가능,다국적 제약사에 비해 규모가 작은 국내 제약사가 경쟁력을 갖춘 분야로 꼽힌다. 또 복제약(제네릭)과 달리 일부 바뀐 성분이나 제조기술에 대해 특허를 받을 수 있어 시장에서 차별화받는 게 특징이다. 한국화이자의 오리지널 의약품인 '노바스크'의 주성분에 '캄실레이트'라는 새로운 특허물질을 붙인 아모디핀은 지난해 한미약품 전체 매출의 10%를 넘는 400억원어치가 팔리며 빅히트했다.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개량신약 시장 규모는 4000억원으로 전체 시장의 약 5%를 차지한 것으로 추정되고 오는 2010년까지 전체 시장의 10%인 1조30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여 국내 제약회사들의 개발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동아제약 '오로디핀' 블록버스터 꿈꿔 '비타500'으로 지난해 업계에 돌풍을 일으킨 광동제약은 올해 개량신약 개발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일궈낸다는 전략이다. 현재 치매치료제,뇌혈류 개선제,발모제 등 3개의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들 가운데 일부는 올해 안에 개발이 끝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아제약은 지난달 선보인 고혈압 치료제 개량신약 '오로디핀'을 연매출 150억원대의 블록버스터로 키워 업계 1위 수성의 발판으로 삼기로 했다. 한미약품과 제약사 2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유한양행은 올해 성인병 분야 개량신약 개발로 한미약품을 따돌린다는 계획이다. 국제약품은 올해 개량신약 개발로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고 3년 후에는 3000억원을 넘어선다는 경영전략을 발표했다. ◆"신약개발을 위한 징검다리로 삼아야" 개량신약은 그러나 장기적인 성장동력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오리지널 신약의 주성분에 대한 특허가 끝나지 않을 경우 제품 개발 자체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개발 후에도 다른 수많은 개량신약 및 복제약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모디핀도 지금까지 20여개의 경쟁 제품이 나왔을 뿐만 아니라 당장 올해부터는 동아제약의 신제품 오로디핀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명진 대신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개량신약을 통한 성장은 한계가 있다"며 "제약업계는 개량신약을 신약 개발을 위한 징검다리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