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화상품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먼저 일본문화에 푹 빠져야 합니다."


남소영 SM엔터테인먼트재팬 사장(40·여)은 "일본에 미쳐야 일본 소비자를 사로잡는 길을 찾을 수 있다"며 "문화상품 시장은 무한하기 때문에 사업 찬스가 많다"고 자신했다.


이 회사는 SM엔터테인먼트의 일본 현지법인으로 지난해 매출 10억엔을 돌파했으며 올해 두 자릿수 성장을 낙관하고 있다.


남 사장은 일본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외국인으로선 드물게 마당발로 통한다.


인생의 절반을 일본과 인연을 맺고 지낸 일본통으로 한국인 중 그만큼 일본 연예계에 지인이 많은 사람도 없다.




도쿄 아오야마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는 1시간 동안에도 쉴새없이 전화벨이 울렸다.


그의 휴대폰에 등록된 일본 문화계 인사만 500명이 넘는다.


SM엔터테인먼트재팬은 일본 음반시장에서 한류붐을 일으킨 보아를 키운 회사.지금은 동방신기 등 한국 가수들의 일본 진출 관문이 되고 있다.


무명이던 보아는 2001년 일본 진출 이후 매년 100만장 이상의 음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NHK가 매년 말 최정상급 가수만을 초청해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홍백전에 4년째 출연했다.


텃세가 심한 일본 시장에서 남 사장이 성공한 것은 '일본 마니아'이기 때문이다.


경희대 일어일문과를 졸업한 남 사장은 올해로 20년째 일본에 '미쳐' 지내고 있다.


대학 3학년 때 일본에서 홈스테이를 하면서 일본생활을 시작했다.


졸업 후 일본 음반회사의 한국 현지법인에 취직해 일본을 드나들면서 1990년대 초부터 일본 음반업계 사람들과 인연을 맺어왔다.


1996년 초 가수 강수지와 함께 일본으로 건너와 본격적으로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시작했다.


SES 등 일본에서 성공한 한국 가수 대부분이 남 사장 손을 거쳤다고 보면 된다.


일본 진출을 희망하는 이수만 사장과 마음이 맞아 2000년 회사를 설립하고 현지법인 경영을 맡았다.


현재 SM엔터테인먼트재팬 직원은 13명이다.


남 사장은 선이 굵고 화통해 일본 여직원들은 그를 언니처럼 잘 따른다.


초등학교 때부터 합창반에서 활동할 정도로 음악을 좋아했고 대학 때는 음악동아리에서 연주를 하기도 했다.


음악과 일본을 좋아하는 남 사장이 일본에서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고 있으니 100% 꿈이 달성된 셈이다.


SM엔터테인먼트재팬은 올해 사업 영역을 확대한다.


'라이프 스타일 엔터테인먼트'로 불리는 시장에 새로 뛰어든다.


스타 가수들의 의류·캐릭터 상품 등을 만들어 파는 비즈니스다.


남 사장은 몇 년 새 주변에서 한국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일본인이 한두 명씩 늘어가는 것을 보면서 기분이 아주 좋다. 오랜 객지 생활에 독신으로 어려움이 없느냐고 묻자 "여자여서 사업에 어려움을 겪은 적은 없다"며 "비즈니스는 결과로 평가받을 뿐"이라며 승부 근성을 보였다.


그는 "일본인은 매사에 철저하고 업무를 꼼꼼히 처리해 실수가 거의 없어 무섭게 느껴질 때가 많다"며 "한국 사람들은 대충대충 하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고 충고했다.


"회사를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연예 기획사로 키우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 남 사장은 "일본시장에 완전히 뿌리를 내리면 한국에 돌아가 SM엔터테인먼트 아카데미에서 후배 양성을 맡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결혼 계획이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일을 하다보니 기회가 안 생겼다"며 "좋은 사람이 있으면 소개해 달라"며 그답지 않게 수줍은 웃음을 지었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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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서 엔터테인먼트 사업하려면 ]


-철저한 사전 시장조사가 필요하다.


일본시장은 유통구조,영업방식,홍보방식,소비자 취향 등이 한국과 크게 다르다.


특히 소비자 취향은 급변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


-파트너 선정이 성공을 좌우한다.


일본 업체들은 비즈니스 시작보다 상대 업체와의 신뢰 관계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장기간 함께 일할 수 있는 제휴사를 찾아야 한다.


-현지 직원들의 마음을 잡아야 한다.


한국과의 차이를 솔직히 인정하고 현지 사람들의 이해와 협조를 구해야 한다.


모르는 점은 배워가면서 열심히 일하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