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수출 증가율이 환율 급락 여파로 3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수입은 원유 수입가격 급등으로 두자릿수 증가세를 지속,무역수지 흑자폭이 30개월 만에 최저치로 급감했다. 산업자원부가 1일 발표한 '수출입 동향(통관기준 잠정치)'에 따르면 1월 중 수출액은 234억2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224억6000만달러)보다 4.3%(9억6000만달러)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03년 5월(3.5%)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반면 1월 중 수입액은 228억3000만달러로 17.6% 늘어 전달(15.6% 증가)보다 증가폭이 커졌다. 수출 증가세는 둔화되고 수입은 빠르게 늘어나면서 1월 중 무역 흑자는 5억9000만달러에 머물렀다. 월별 무역 흑자가 10억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03년 7월(5억3000만달러) 이후 처음이다. 수출 품목별로는 반도체(전년 동월 대비 14.0% 증가) 일반기계(26.5%) 석유제품(36.3%) 자동차부품(44.6%) 등이 두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며 선전한 데 비해 자동차(-0.8%) 선박(-38.2%) 철강(-2.9%) 가전(-8.8%) 컴퓨터(-4.2%) 등은 1년 전에 비해 오히려 수출물량이 줄었다. 원·달러 환율은 올 들어 1월 한 달 동안 47원(4.9%) 급락했다. 작년 연간 환율 하락폭(23원50전)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며 1월 하락률로는 지난 98년(11.3%) 이후 8년 만에 가장 큰 것이다. 주요 경쟁국에 비해서도 하락폭이 컸다. 1월 중 유로화와 호주달러는 각각 1.9%와 2.7% 절상(환율 하락)되는 데 그쳤고 엔·달러 환율은 0.3% 하락에 머물렀다. 인도 루피화와 싱가포르 달러화,대만 달러화 등도 2%대의 하락률을 기록,원화 절상률(4.9%)에 미치지 못했다. 산업자원부는 이런 환율 내림세가 수출 부진의 주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환리스크 관리에 취약하고 가격경쟁력이 약한 중소기업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우려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올 1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중소 수출기업의 3분의 1가량이 적자수출에 직면해 있고 6%는 이미 수출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이 떨어지면서 채산성 악화에 신음하는 중소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작년엔 2월에 있었던 설 연휴가 올해는 1월 말에 끼어 있었던 점도 수출 증가세를 둔화시킨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실제 조업일수 차이는 0.5일에 불과했지만 수출이 몰리는 월말에 5일가량 휴무를 한 업체가 많아 수출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설명이다. 원·엔 환율이 800원대 초반으로 떨어지면서 국내 부품 및 소재산업의 대일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산자부 관계자는 "원화가 유독 엔화에 강세를 보이면서 대표적인 대일 의존품목인 정밀기계의 경우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수입물량이 13%가량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승용차도 수입가격이 2.5% 떨어진 데 힘입어 수입물량이 23.8% 급증했다. 반면 반도체 석유제품 컴퓨터 등 국내 주요 수출품의 일본 내 시장점유율은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1월(1∼20일) 대일본 무역적자는 10억6000만달러를 기록,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누적 적자규모가 2500억달러를 훌쩍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환율 하락으로 수출 증가세가 급격히 둔화되자 수출 주무부서인 산자부가 노골적으로 외환당국을 비난하고 나섰다. 신동식 산자부 무역유통심의관은 이날 '수출입 동향'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현재의 환율은 심각한 수준"이라며 "(외환 당국이) 왜 시장에 개입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심의관은 "실물경제가 무너지고 나면 금융이 무슨 필요가 있느냐"며 "일본은 외환시장에 전략적으로 접근하는데 우리는 전략이 부재한 것 같다"고 미지근한 환율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외환정책을 담당하는 재정경제부는 "환율은 시장에 맡긴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권태신 재경부 2차관은 "정부의 시장개입으로 수출을 늘리겠다는 발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