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등기 및 권리분석 시장을 둘러싼 업계 간 영역 다툼이 법정 공방으로 비화될 전망이다. 모기지론 등 부동산 담보대출이 급증하면서 관련 시장 규모가 커지자 그동안 이를 지켜만 보던 변호사 업계가 '내 밥그릇 챙기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서울변호사협회는 한국감정원과 그 자회사 리파인을 "법적 권한 없이 부동산 등기와 권리분석 업무를 수행했다"며 변호사법 등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고 30일 밝혔다. 또 부동산 등기 업무를 위임받아 법무사에 하도급을 주고 있는 삼성화재 LG화재 등 보험회사에 대해서도 고발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변협 등에 따르면 리파인은 SC제일은행 등 금융회사로부터 주택담보 대출에 필요한 권리분석 업무를 맡아 해마다 수만건에 달하는 부동산에 대해 권리분석하고 있다. 리파인은 또 벼룩시장의 인터넷 사이트 'FindHouse' 및 인터넷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 등과도 업무제휴해 권리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권리분석이란 은행 등 금융회사가 담보대출을 하기 전 해당 부동산의 저당권이나 임차권 등 각종 권리 관계를 분석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회사는 이를 토대로 대출 여부와 대출금액을 최종 결정한다. 부동산 권리분석은 변호사와 법무사만이 수행 가능한 '일반 법률사무'에 해당하므로 명백히 변호사법 위반이라고 서울변협은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리파인은 "금융회사의 위임을 받아 처리하는 부동산·금융 업무는 변호사들의 일반 법률서비스와는 다르다"며 맞서고 있다. 영역 다툼의 불똥은 부동산 등기 시장에 뛰어든 보험회사로까지 튀고 있다. 삼성화재와 LG화재,퍼스트아메리칸(FA) 등 이른바 권원보험 회사가 그 주인공.이들은 모기지론과 관련해 권원보험계약(등기에 하자가 있을 때 금융회사 등 피보험자에 보험금을 지급하는 계약)을 맺고 있는 삼성생명 우리은행 현대캐피탈로부터 근저당권 설정 등 등기 업무를 일괄 수임받은 뒤 이를 법무사들에게 하도급 형태로 위임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놓고 서울변협은 변호사법이 금지하는 알선행위라며 법적 대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울변협 측은 "삼성화재 등이 GE캐피탈 골드만삭스 등 외국 금융기관들에도 등기 및 권리분석 업무 관련 제안서를 보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분쟁이 조속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부동산과 관련된 금융시장에 상당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인가받은 상품"이라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감독당국의 입장은 다르다. 금감원 관계자는 "등기행위가 포함된 특별한 보험 상품을 인가해준 적은 없다"며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