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타가 공인하는 'TV 마니아'인 직장인 송지영씨(27).지난해부터 집에서 쓰는 데스크톱PC를 바꾸려고 벼르던 그는 퇴근길에 전자상가를 들렀다가 리모컨을 눌러 편리하게 작동할 수 있는 데스크톱PC를 보고 발길을 멈췄다.


매장 점원은 지영씨의 시선을 사로잡은 PC를 "바이브PC"라고 알려줬다.


인텔의 디지털홈 플랫폼인 '바이브(Viiv)'를 적용한 신제품이라는 것.인터넷에 올려져 있는 영화 음악 게임 등 각종 콘텐츠를 TV나 홈시어터와 연결해 편리하게 즐길 수 있어 '거실형 PC'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했다.


'TV와 연결해 거실에서 편안하게 볼 수 있다고?


인터넷으로 영화나 음악 콘텐츠를 내려받는 방법도 편리하다?' 점원의 설명에 제법 솔깃했지만 150만원을 훌쩍 넘는 가격이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TV 드라마와 영화 보기를 좋아하는 지영씨는 결국 구정 보너스를 털어 바이브PC를 샀다.



지영씨는 바이브PC를 거실 벽걸이 TV 옆에 놓았다.


그런데 올해 대학에 들어가는 남동생 지민군이 지영씨보다 더 좋아했다.


온라인게임과 인터넷 서핑을 즐기는 남동생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XP 미디어센터 에디션을 운영체제(OS)를 채택해 리모컨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기존의 멀티미디어PC와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콘텐츠의 질이나 사용의 편리성 면에서 한결 나아졌다"며 아는 체했다.


인텔코리아는 국내 콘텐츠 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소비자들이 바이브PC로 각종 인터넷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바이브PC로 사용할 수 있는 콘텐츠 서비스로는 SK텔레콤 '멜론',NHN의 '한게임'과 '네이버 VOD(주문형비디오)',그래텍의 '아이팝 뮤직'과 '아이팝 무비',CCR의 '포트리스 블루2' 등이 있다.


어떤 브랜드든지 바이브 플랫폼이 탑재된 PC를 구입한 소비자는 자동으로 이런 콘텐츠를 TV 화면에서 이용할 수 있다.


물론 서비스에 접속하려면 회원으로 가입해야 하며 일부 콘텐츠는 유료이다.


지영씨는 대형 스크린으로 즐기기 위해 바이브PC를 TV와 연결한 다음 부팅시켰다.


이어 리모컨으로 '미디어센터' 로고가 새겨진 버튼을 눌렀더니 TV 화면이 '미디어센터 PC' 환경으로 바뀌었다.


'온라인 스포트라이트'라는 아이콘을 클릭하니 '주요 서비스''TV와 영화''음악과 라디오''뉴스와 스포츠''게임' 등 다섯 가지 선택 항목이 나타났다.


'TV와 영화' 버튼을 누르자 '인터넷 영화상영관''아이팝 무비''네이버 영화관' 등의 아이콘이 뜬다.


리모컨으로 '아이팝 무비'를 클릭하자 커다란 아이콘으로 가득 찬 메뉴 화면으로 넘어간다.


이 메뉴는 아이팝 무비의 인터넷 사이트와 연결된 것으로 TV 화면에 맞도록 최적화된 포맷으로 보인다.


'영화보기'에서 '인기 영화 리스트'로 넘어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3초 정도.


'흠.TV 채널 바꾸는 것 만큼은 아니더라도 비교적 손쉽게 온라인 콘텐츠를 검색하고 선택할 수 있구나.' 지영씨는 영화 메뉴에서 '국민 여동생' 문근영이 출연하는 '댄서의 순정'을 골랐다.


영화 속의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오자 두 평 남짓한 거실이 순식간에 신나는 무도회장으로 돌변한 듯한 착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음악듣기를 시도해봤다.


따로 PC를 켜고 인터넷에 접속할 필요 없이 TV 화면에서 바로 '미디어센터->온라인 스포트라이트->음악과 라디오' 순으로 접속해 들어가면 '멜론''아이팝뮤직''맥스MP3' 등 인기 뮤직 포털이 아이콘으로 떠 있다.


지민씨는 자신이 가입한 '멜론'을 선택해 사용자 아이디(ID)와 패스워드를 입력했다.


익숙한 '멜론' 서비스 환경이 TV 스크린에 펼쳐졌다.


리모컨으로 상하좌우를 이동해 최신 음악 코너를 클릭해 보니 최근 발표된 이수영의 최신 앨범이 눈에 들어왔다.


'샤워하는 동안 잠깐 꺼놓았다가 자기 전에 들어봐야지'.PC를 '종료'시키는 대신 리모컨 버튼을 눌러 PC 전원을 껐다.


나중에 재부팅도 버튼만 누르면 금세 할 수 있다.


지영·지민 남매는 이날 밤늦도록 바이브PC 전용 콘텐츠를 보느라 새벽녘이 돼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지영씨는 "워낙 드라마랑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라서 전에는 놓치고 지나간 프로그램은 꼭 인터넷에서 내려받아서 보곤 했다"며 "TV 화면에서 바로 스트리밍 방식으로 볼 수 있다는 게 가장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특히 "전화를 받거나 화장실을 갈 때는 멈췄다가 다시 볼 수 있어서 한 장면도 놓치지 않게 됐다"며 웃었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