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이 없다.' 증권 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지면서 지수가 폭포처럼 수직으로 떨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이 지지선으로 보고 있는 20일·60일 이동평균선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코스닥 시장은 120일 이동평균선(620포인트)까지 붕괴된 상태다.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한 지난 17일 이후 코스피 지수는 8.7%,코스닥 지수는 무려 20.4%나 하락했다. 특히 코스닥 시장은 투자자들이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지면서 투매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코스닥 시장에 사상 첫 서킷 브레이커스가 발동되면서 기관들이 대거 로스컷(손절매)에 나선 것도 낙폭을 확대시킨 한 요인으로 꼽힌다. ◆투매 악순환 코스닥 시장이 유가증권 시장에 비해 하락폭이 큰 것은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컸기 때문이다. 지난해 코스피지수 상승률은 53.9%였지만 코스닥 시장의 상승률은 84.5%나 됐다. 하지만 최근 코스닥 시장의 하락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대신증권 함성식 연구원은 "코스닥 시장에만 적용되는 특별한 악재는 없다"며 "막연한 불안감이 주가를 끌어내리는 주범인데 이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스닥 시장이 △주가 변동성이 큰 중·소형 테마주가 많고 △기관 외국인 등 장기 투자자층이 취약하며 △주가 폭락을 막아 줄 프로그램 매매 등이 없다는 점에서 유가증권 시장보다 리스크가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17일 이후 주가 하락기에 유가증권 시장에서 기관은 프로그램 매매에 힘입어 순매수를 유지하고 있지만 코스닥에서는 5일 연속 순매도하면서 1426억원어치를 팔았다. 한화증권 이영곤 연구원은 "코스닥 시장은 수급이 꼬이면서 투매가 투매를 부르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며 "당분간 의미 있는 반등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술적 분석도 '무효' 지수가 급락하면서 증시 분석가들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대우증권 신동민 연구원은 "코스닥 시장의 경우 120일 평균선인 620선이 붕괴되면서 더 이상 기술적 분석을 할 수 없게 됐다"며 "지지선을 말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일단 투매 현상이 이틀 연속 계속된 만큼 24일 이후에는 하락폭이 줄어들면서 바닥을 다지는 모습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후에는 당분간 완만한 등락을 거듭하면서 장기 조정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영곤 연구원은 "중·장기 상승 추세선의 시작인 580선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며 "1분기까지 조정이 계속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 이윤학 연구위원도 "하루 이틀 정도 반등이 나타나겠지만 기술적 반등 외에는 큰 의미가 없다"며 "바닥을 찾는 과정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당분간 시장의 분위기를 바꿀 만한 호재가 없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일단 현금 비중을 늘리는 것이 유리하다는 지적이다. 메리츠증권 서정광 팀장은 "일단 기술적 반등 시기를 활용해 종목을 교체하거나 매도하는 것이 현명한 대처법"이라고 충고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