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민족 문학의 깃발을 걷을 때가 아니다." 진보적 문인 단체인 민족문학작가회의(이하 작가회의)의 제16대 이사장으로 선출된 정희성 시인(61)은 23일 "야만의 그림자가 아직도 한반도 주변에 어른거리는 상황에서 문학은 경계심을 갖고 언제나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작가회의가 출범한 지 30년이 넘었고 그동안 국내 민주화가 어느 정도 진전됐지만 한반도의 주변 상황은 아직 경계심을 늦출 수 없는 형편"이라며 "그런 점에서 우리는 아직도 민족 문학의 깃발을 내릴 때가 아니라는 것을 21일 정기 총회에서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올해 역점 사업으로 "한국 문학을 체계적으로 해외에 소개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작가회의가 할 일이 무엇인지 적극적으로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서울대 국문학과 출신으로 197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돼 등단한 정 이사장은 대표 시집 '저문 강에 삽을 씻고'(1978) 등 지금까지 네 권의 시집을 냈다. 그는 "내년 2월 정년 퇴직하기 전에 한 권을 더 내서 동료 선생님들에게 나눠 주고 나와야 할 텐데 분량이 모자라니 앞으로 1년간 열심히 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