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해소 재원마련을 위한 세금인상 논쟁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씀씀이부터 철저하게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코드성' 대형 국책사업과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복지 예산,선거철을 앞두고 편성되는 선심성 예산,시정되지 않는 중복 예산부터 해결하지 않고선 어떤 명분으로도 세금인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이런 낭비성 재정지출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까.
답은 '정부가 그런 작업을 해보지 않아 아직 알 수 없다'지만 전문가들은 적어도 매년 10조원씩은 여유가 생길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재정사업 15%는 구조조정 대상
참여정부는 이런 지적 때문에 2004년부터 재정사업 자율 평가에 나섰다.
재정이 투입되는 총 105조원 규모의 1800여개 사업에 대해 3년간에 걸쳐 진행과정 성과 등을 종합 평가하는 작업이다.
2005년 발표된 첫 조사 결과 조사 대상 555개 사업 중 87개 사업(15.7%)이 성과가 미흡했고 어떤 경우는 사업 목표도 제대로 설정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됐다.
기획예산처는 2005년 예산에서 이들 사업예산 4조2000억원을 삭감 조치했고 올해도 같은 작업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그런 낭비성 재정사업이 아직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도로 항만 등은 수요 예측 없이 과도한 투자가 이뤄지는 대표적인 분야다.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사업비 1771억원이 전액 국고 지원되는 여주~양평 간 37번 지방국도 확장 공사는 같은 구간 중부내륙고속도로가 2010년 완공되면 '무용지물'로 방치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예천 공항은 국비 360억원이 투입됐다가 2004년 5월 폐지됐고 3567억원이 투입된 양양 공항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고속철도 개통에 따른 여파를 예상하지 못한 채 사업에 나섰다가 문도 못 열어 보고 골칫덩이가 돼 버린 공항도 적지 않다.
무안·울진·김제공항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의 종합적인 수요 및 수익모델 예측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인지를 한눈에 알 수 있다.
한 연구기관 관계자는 "이미 어느 정도 정리된 부분이지만 행정복합도시나 국가균형발전 계획 등 대형 국책사업들도 사실은 그 효율성이나 중복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시간을 갖고 진행해야 할 사안"이라며 "허겁지겁 진행시켰다가 나중에 대규모 예산낭비 지적이 나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복지 예산,효과 검증부터
정부는 총 지출에서 복지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을 2005년 26.6%(55조6000억원)에서 2030년께 46.7%로까지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51.7%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문제는 이처럼 급증할 복지 지출 중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허수 지출'이 많다는 것.2006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의과정에서 갑자기 끼어든 복지 예산 1조3201억원은 대부분 '표심'을 감안한 선심성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경제학)는 "복지 서비스를 백화점식으로 늘리기보다는 현재 정부 서비스의 효과와 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우선 찾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회수 못한 국가채권 7조8000억원
22일 재정경제부가 발간한 국가채권관리백서에 따르면 국가 채권 중 기한이 됐는 데도 회수되지 않은 연체 채권은 2004년 말 기준으로 7조8547억원에 달한다.
조세 채권이 4조2000억원(53.3%)으로 가장 많고 납부되지 않은 연체금 변상금 위약금 가산금 등 경상이전 수입 2조원(24.9%),융자회수금 3000억원(3.7%) 등이다.
재정 전문가들은 △이들 채권 회수를 통해 수백억~수천억원 △재정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4조~5조원 △연 19조원에 달하는 조세지출액(원래 거둬야 할 세금 중 징수하지 않은 금액) 중 혜택 축소를 통해 5000억~1조원 △과감한 재정사업의 민간 이양을 통해 수조원 △선심성 예산 및 중복성 예산 정비를 통해 수천억원 등 연간 200여조원에 달하는 총 지출 중 10조원 정도는 여유 재원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