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 정상이 그리 멀지 않은 지점에서 무념무상의 상태로 걷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수십 가지 아이디어들이 동시에 쏟아져 나왔다.


앞으로 쓸 책 제목에서부터 장 구성,도표와 삽화는 물론 구체적인 문장 표현까지 떠 올랐다.


이때다 싶어 재빨리 배낭을 열었으나 수첩과 볼펜이 안 보였다.


낭패였다.


즉시 하산.그것도 빠른 속도로 내려와야만 했다.


핵심 키워드를 외우고 또 외우면서.몇 달이 걸릴지도 모르는 어려운 과제가 단 몇 시간 만의 산행으로 풀린 불가사의한 날이었다.'


걷기 예찬론자 하우석 교수의 경험이다.


흔치 않은 사례지만 '안테나'를 세우고 집중하는 훈련을 하면 누구나 가능하다는데 근거는 뭘까.


'걷는 습관이 나를 바꾼다'(후타쓰기 고조 지음,나혜정 옮김,위즈덤하우스)의 저자는 말한다.


이 유산소 운동은 뇌로 가는 에너지 공급을 늘리고 호르몬의 일종인 도파민과 엔도르핀 분비를 왕성하게 한다는 것.그래서 의욕을 솟게 하고 몸과 마음을 재충전시키는 효과를 가져 온다는 주장이다.


다만 보행은 4분의 2박자,호흡은 2분의 1박자,내쉬는 숨이 들이키는 숨보다 먼저,기분이 나쁠 때는 빨리 걸을 것 등 나름의 원칙이 있다.


이 책은 '걸으면서 일하는 기술'을 제시하는 경영서이기도 하다.


거리에서 프로젝트의 기본계획을 세우고,보고를 받고 명령을 내리며,경우에 따라선 거래처와의 협상까지 처리하는 요령이 매우 실용적이다.


걷기를 태만히 하면 힘줄에 쥐가 난다고 한다.


또 어떤 작가는 길은 소통의 통로이고 걷기는 그 행함이라 했다.


파워워킹 같은 속보든 '구름에 달 가듯' 걷는 산보든 몸을 움직여 볼 일이다.


스트레스는 가고 아이디어는 온다.


224면,1만원.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