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18일 TV 신년 연설은 기존의 연두 기자회견에서 모두 발언만 따로 떼어낸 형식으로,2006년 한햇동안 정부 정책의 큰 줄기를 가늠케 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노 대통령은 올해 국정운영의 핵심과제가 '양극화 해소 노력'임을 분명히 했다. "경제에 전력하겠다"는 식의 다짐은 않았지만 외교·안보·통일 문제는 아예 거론하지 않음으로써 경제 문제에 대한 총력 의지를 명확히 밝힌 셈이다. 또 경제문제의 핵심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정규직과 비정규직,경제적 상류층과 서민·저소득층,수출기업과 영세 자영업자의 격차 등 우리 사회 곳곳의 심각한 양극화 현상이라는 인식을 보여줬다. 다만 해법에서는 매우 정교하게 짜여진 논리를 제시했다. 시사하는 내용도 상당히 복선적·복층적이다. '양극화 해소는 좋은 일자리를 통해서'라고 먼저 해결원칙을 제시하면서도 동시에 'GDP대비 재정규모가 작아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화두를 던진 점이다. 좌편향 정부가 아니라고 수치를 들이대며 강하게 해명하면서도 "(재정확충 외에) 다른 방법이 있으면 어디 한번 제시해보라"고 사회 전반에 요구한 것이다. 그러면서 근본적인 해결 방안에 대해서 입을 닫아버리는 상황이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