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神)이 내린 직장'으로 불릴 정도로 근무 여건이 좋기로 유명한 한국은행의 노동조합이 사측의 성과급 도입 결정에 반발,'박승 총재 퇴진' 구호까지 내걸고 강경 투쟁을 전개해 주위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18일 한은에 따르면 한은은 작년 말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올해부터 성과급을 부분적으로 도입키로 결정했다. 그러나 한은 노조는 지난 10일 "노조와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성과급을 도입한 것은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라며 박 총재를 서울지방노동청에 고발했다. 또 한은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전개하고 있으며,'박승 총재 퇴진' 구호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한은 건물 외벽에 내걸었다. 노조 관계자는 "성과급 도입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사측이 직원들의 성과를 평가할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은 노조의 이 같은 행태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은 곱지 않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절차적인 문제를 떠나서 시중은행은 물론 금융관련 공기업 대부분이 도입한 성과급조차 노조가 극구 반대하는 건 한은이 얼마나 변화에 둔감한 조직인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건"이라고 꼬집었다. 한 대기업 관계자도 "한은이 이제서야 성과급을 도입한다는 소식을 듣고 한 번 놀랐고,그조차도 노조의 반대로 진통을 겪고 있다는 소식에 두 번 놀랐다"고 말했다. 한은 내부에서도 노조를 비판하는 소리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한은의 한 과장급 직원은 "성과급의 구체적인 시행 방식은 올 상반기 중에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만들자고 제안했는데도 노조에서 왜 거부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