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방치된 아이템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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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해킹이 사이버 범죄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하면 과연 믿을까.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최근 온라인게임 계정(아이디·패스워드) 해킹의 95%가 중국발이라고 발표했다.
또 사이버 범죄의 절반이 온라인게임 계정 해킹에 의한 아이템 거래 관련이라고 밝혔다.
이 둘을 결합하면 우리나라 사이버 범죄의 절반이 중국발 해킹이란 말이 맞다.
중국발 해킹이 극성을 부리는 것은 계정을 해킹해 게임 아이템을 훔쳐 팔면 돈이 되기 때문이다.
아이템 시장은 지난해 1조원에 달했고 올해는 1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거대한 '블랙마켓'이 아무런 규제도 받지 않고 방치돼 있다.
이에 따라 아이템 시장이 중국발 해킹과 각종 사이버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
그런데도 주무부서인 문화관광부와 정보통신부는 아이템 현금거래 얘기가 나오면 '관할이 아니다'란 말만 되풀이한다.
게임 관할권을 주장할 때와는 딴판이다.
문광부 산하 영상물등급위원회는 "등급 심사 조건으로 게임 약관에 아이템 현금거래 금지를 명시하게 하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는지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통부는 온라인게임 해킹이 급증하자 지난해 말 대책을 내놓았다.
'온라인게임 해킹 대응 가이드북'을 만들어 보급하는 한편 해킹 정보를 게임업체에 제공하고 보안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정통부 역시 아이템 현금거래 자체에 대해서는 대책을 내놓지 않고 '관할이 아니다'란 말만 반복하고 있다.
현재 게임 아이템 현금거래에 대해서는 업계 자율에 맡겨져 있다.
이와 관련한 범죄는 사법당국이,보안 문제는 정통부가 맡고 있다.
하지만 아이템 거래가 활성화돼야 게이머들이 몰리는 현 상황에서 게임업체들이 자율적으로 규제를 할 리 없다.
게임 아이템을 수십만,수백만원에 사고파는 시장이 존재하는 한 이와 관련한 사이버 범죄가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더구나 이를 규제하지 않고 내버려둔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아이템을 획득해 돈을 벌려는 사람이 늘면 늘었지 줄진 않을 것이다.
사후대책에 앞서 문제의 근원부터 해결하려는 노력이 아쉽기만 하다.
임원기 IT부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