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기업 매각 '속도조절'] "대우건설 주가올라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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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M&A업계에 큰 손으로 등장한 교직원공제회는 당초 대우건설 입찰에 적극 참여할 예정이었지만 일단 20일 예비입찰에는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입장을 바꿨다.
주가가 너무 많이 올라 투자에 따른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교직원공제회를 재무적 투자자(FI)로 끌어들이기 위해 공을 들여온 몇몇 업체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교직원공제회 관계자는 "우리는 경영권을 인수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 배당이나 추가 상승 등을 노리는 것인데 불과 두 달 전에 비해 주가가 2배 이상 올라 투자가치는 절반 이하로 낮아졌다"며 투자 유보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 작년 11월 이 회사 주가는 6000원 선이었지만 17일 종가는 1만4100원으로 두 배 이상 올랐다.
다른 투자자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은행들이 잇따라 PEF를 만들고 있지만 어렵게 모은 수천억원의 자금을 회수가 불확실한 대우건설에 한꺼번에 쏟아부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초 대우건설 참여가 점쳐졌던 변양호씨가 주도하는 '보고펀드'도 발걸음을 돌려 1000억원대 매물을 찾아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재무적 투자자(FI)들이 2조5000억~3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대우건설 인수가격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금호 두산 대우차판매 등 전략적 투자자(SI)들이 제대로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건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인수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현대그룹이 2조원이 넘는 인수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우건설의 경우 투자금 회수를 위해 팔아 먹을 수 있는 자산이 있지만 대부분 부동산이어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 문제가 있고 현대건설은 그동안 자구를 위해 자산 상당 부분을 매각해 회수할 수 있는 길은 주가 상승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건설 주가가 최근 폭등했기 때문에 재무적 투자자가 누릴 수 있는 차익이 큰 폭으로 줄어 매각 자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용준·김현석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