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8일자) '혁신형 중소기업' 말잔치 안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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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현재 1만개 정도인 혁신형 중소기업을 오는 2008년까지 3만개로 육성한다는 목표를 정하고 다양한 지원책을 내놨다. 기술 등 혁신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創出)하는 중소기업을 대폭 늘림으로써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를 해소하고 고용을 창출하며 경제 전반의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런 의도는 중소기업 육성의 당위성과 필요성 측면에서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정책의 효용성일 것이다. 그동안 중소기업 육성책들이 수도 없이 쏟아졌지만 포장만 바뀐 경우도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정부가 무엇 하나 제대로 하기 보다는 새로운 용어,새로운 정책을 내놓기에 바빴다는 얘기다. 혁신형 중소기업만 해도 그렇다. 벤처기업,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이노비즈) 등과는 뭐가 다른지 의문이 일어나고, 그 결과 또 다른 구호에 그치고 마는 것은 아닌지 걱정부터 생기는 것도 그 때문이다.
물론 정부는 혁신형 중소기업에 지원을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혁신형 중소기업의 코스닥 상장을 확대한다든지 기술신용보증기금의 총 보증공급액 10조원 중 6조7000억원을 혁신형 중소기업에 할당하고 그 보증비율도 80%까지 확대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뿐만 아니라 산업은행은 혁신형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을 작년보다 1조원 늘어난 2조5000억원으로 증액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외에 기술사업화 전문투자 펀드도 조성된다. 문제는 이런 지원이 정말 혁신형 중소기업들에만 흘러들어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따지고 보면 혁신형 중소기업이란 개념 자체가 불분명하기 짝이 없다. 때문에 3만개라는 숫자에 사로잡혀 무분별한 지원이 이루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憂慮)도 나오고 있다. 특히 올해는 지방선거 등이 예정돼 있어 그런 걱정이 더하다. 만에 하나 이런 틈을 타서 한계기업들이 혁신형 중소기업이란 이름으로 정부 지원을 받아 그 생명을 연장하는 꼴이 된다면 중소기업의 경쟁력은 기대하기 어렵다.
한계기업들이 제때 구조조정되지 않으면 멀쩡한 중소기업들마저 어려워질 수 있다.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려면 고통스럽지만 중소기업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 혁신형 중소기업 육성책은 그런 점을 분명히 할 때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