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서정의 전익수 변호사는 지난 연말 일본 도쿄의 한 특허전문 잡지사를 찾았다. 광고를 내기 위해서였다. 광고 내용은 "한국에서 지식재산권(IP)을 보호받고 싶으면 서정을 찾아달라"는 것이다. 국내 로펌이 비싼 돈을 들여 해외에서 광고를 낸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일본인 고객을 맞기 위해 서정은 이미 10명의 변호사로 일본 전담팀을 구성했다. 일본에서 공부한 한국인 변리사도 채용했다. 또 지난달 27일에는 특허법인 원전과 제휴계약을 맺었다. 원전은 국내 특허법인 1호로 '일본통'이 수두룩하다. 법률시장 개방이 1년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연초부터 국내 변호사시장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대부분 개방 수위나 파괴력을 가늠조차 못해 우왕좌왕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발빠른 로펌들은 물밑 준비가 한창이다. 법률시장 개방을 오히려 도약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무엇보다 외국 로펌과의 제휴 강화 등 해외 시장 개척 움직임이 가장 눈에 띈다. 지난해 4월 시장을 완전 개방한 일본 등 선진국의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는 데다 여차하면 합병 제휴 등을 통해 '한지붕 두가족'으로 가기위한 탐색전의 성격도 담겨있다. 해상법 분야에서 국내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법무법인 세창은 런던과 상하이에 있는 외국 파트너 로펌과의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는 게 올해 최대 목표이다. 이를 위해 올해 상하이에 지사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현 대표 변호사는 "중국 관련 사건이 급증하고 있어 앞으로 런던보다 상하이를 더 자주갈 것 같다"고 말했다. 제휴 로펌에 소속 변호사를 일정 기간 파견보내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법무법인 신우는 지난해 소속 변호사를 미국 IT전문 로펌 산하 교육기관에 6개월간 연수를 보낸 데 이어 올해는 홍콩과 싱가포르 베트남 중 한 곳의 로펌에 파견할 계획이다. 신우의 황희석 변호사는 "영국계 로펌과 변호사를 2~3년간 맞교환 근무토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중국쪽 비즈니스를 확장할 계획인 법무법인 지성은 사업 파트너인 중국 로펌에 조만간 소속 변호사를 파견할 생각이다. 노동 공정거래 조세 등 국내법 송무 분야를 강화해 '텃밭'을 지키려는 움직임도 뚜렷하다. 외국 대형로펌의 업무가 어차피 자국법에 관한 자문에 국한될 수밖에 없어 개방의 무풍지대라 할 수 있는 국내법 분야는 국내 로펌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규모에서 국내 서열 2위인 법무법인 광장은 지난해 서울지법 부장판사 출신의 곽현수 변호사를 팀장으로 한 노동전담팀을 출범시켰다. 국내 로펌 중 광장이 처음으로 노동전담팀을 꾸린 것이다. 공정거래전문팀도 발족시켰고,조세 분야도 강화했다. 법조계 고위직 출신들이 많아 송무쪽이 강한 법무법인 KCL은 이형하 서울고법부장판사,이건개 대전고검장,신건수 서울고검부장검사,정동욱 부천지청장,함귀용 서울동부지검 부장검사에 이어 지난 12월 유지담 대법관을 영입했다. KCL의 최원현 변호사는 "외국의 대형로펌이 들어와도 국내법에 관한 한 문외한일 수밖에 없다"며 "작년 8월 강남에 분사무소를 낸 것도 국내법 송무 분야를 특화하겠다는 의지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소형 로펌은 '덩치키우기'가 최대 과제다. 시장개방으로 국내에 진출하는 해외로펌들에 '러브콜'을 보내기 위해선 소속 변호사가 최소 30명은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는 "시장은 급변하고 있는데 과거에 안주해 있는 로펌의 경우 변호사들이 외면할 가능성이 높아 채용 자체가 문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미풍에 그쳤던 로펌 간 인수·합병(M&A) 바람이 올해는 강풍으로 돌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이래서 나온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