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재개를 앞두고 산지 소값은 추락하고 있으나 소비자 가격은 거의 요지부동 상태로 있다가 올들어서는 오히려 소폭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은 사먹기에 부담스러울 정도로 급등한 쇠고기 값이 낮아질 것을 기대하고 있으나 당장은 중간 유통업자들의 호주머니만 두둑해지고 있는 셈이다. 15일 농림부와 농협, 농수산물유통공사 등에 따르면 수입 재개 논의가 고개를 든 작년 10월 이후 산지 한우값(수소 500㎏ 기준)은 20%가량 떨어졌지만 같은 기간 소비자 가격은 거의 평행선을 긋고 있다. ◇ 소비자 값 설 앞두고 오히려 상승 농협 조사 결과, 가축시장에서 거래되는 한우 가격(수소 500㎏ 기준)은 작년 10월 평균 446만원에서 11월 413만원, 12월 383만원을 거쳐 이달 13일에는 359만원으로 떨어졌다. 이에 비해 도시권 유통매장에서 소비자들에게 파는 쇠고기 가격(농수산물유통공사 조사치)은 상품 등심의 경우 500g당 작년 10월 평균 3만103원에서 12월 2만9천190원으로 약 3.0% 떨어진 뒤 올 1월 13일에는 3만610원으로 10월보다도 높아졌다. 이달 들어 평균가는 3만439원으로 사상 최고가 수준이다. 중품 설도나 우둔 부위도 500g당 소비자 가격이 10월 평균 1만9천20원에서 12월 1만8천448원으로 약 3.0% 떨어진뒤 이달 들어 13일 현재까지 평균 1만8천510원을 기록, 소폭 오름세를 보였다. ◇ 중간 유통업자 이익만 늘어난듯 이에 따라 최근 석달간 중간 유통업체들의 이익만 증가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농협 서울공판장에서 거래된 한우 지육 도매가는 1㎏당 작년 10월 평균 1만6천448원에서 12월 1만5천463원으로 6.0%가량 떨어진뒤 이달 들어서는 소폭 올라 13일 현재 1만6천197원을 기록했다. 이런 현상은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재개를 앞두고 불안에 떠는 한우 농가들이 미리 소를 내다팔면서 소 공급량이 늘자 유통업자들이 싼 값에 이를 사들여 비축해 놓고 유통마진을 늘리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축산 유통 분야의 한 전문가는 "산지 가격과 소비자 값이 3∼4개월 시차가 날 수는 있지만 업자들이 설 특수를 앞두고 비축해놓으면서 이익을 늘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농수산물유통공사가 지난해 실시한 쇠고기 유통구조 조사에서 강원도 횡성의 축산 농가가 482만원을 받고 판 한우 1마리가 도축 등 가공과정을 거쳐 정육점을 통해 최종 공급되는 소비자 가격은 농가 판매가의 1.6배 수준인 767만원에 달했다. ◇ 쇠고기 값 사상 최고 수준 지난 2003년 12월 국내 쇠고기 수요량의 절반 가량을 차지했던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이 끊긴 이듬해인 2004년에는 광우병에 대한 불안으로 쇠고기 소비가 줄면서 그나마 가격이 안정세를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광우병에 대한 소비자들의 공포감이 희석되고 수입물량은 제한된 상황에서 소비가 서서히 살아나면서 지난해 쇠고기 값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상품 등심 500g당 소비자가는 2003년 연평균 1만8천970원에서 2004년 1만8천359원으로 소폭 떨어진뒤 지난해는 무려 2만9천114원에 달했으며 최근에는 3만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중품 설도나 우둔도 500g당 가격이 2003년 연평균 1만5천646원에서 2004년 1만5천187원을 거쳐 작년에는 1만8천634원을 기록하는 등 비슷한 흐름이다. 농림부는 1인당 소비량이 2003년 8.1㎏에서 2004년 6.8㎏으로 급락할 정도로 위축됐던 쇠고기 소비가 지난해는 소폭이나마 증가세로 돌아섰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해 연간 수입물량은 14만2천601t으로 전년보다 7.3% 증가했으며 국내 소 도축실적도 작년 1∼11월 55만마리로 작년 동기보다 6.5% 늘었다.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ev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