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노트북PC업계에 '나파' 바람이 심상치 않다. 세계 1위 칩셋 메이커 인텔이 야심차게 선보인 나파는 차세대 모바일 플랫폼으로 '듀얼코어 플랫폼'이라고도 불린다. PC의 '두뇌'인 중앙처리장치(CPU)의 핵심인 코어가 두개여서 붙여진 이름이다. 쌍둥이 CPU를 갖춘 PC인 셈이다. 삼성전자LG전자가 최근 세계 최초로 나파 노트북을 선보인 데 이어 삼보컴퓨터 레노버 HP 델 등 다른 업체들도 잇따라 경쟁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나파 노트북이 성장세를 타고 있는 노트북 시장에 '증폭제'가 될지, 아니면 미지근한 반응을 얻는 데 그칠지 주목된다. ○정보처리 속도 30% 빨라진다 '나파(Napa)'란 이름은 어디에서 유래했을까. 아마도 와인 애호가라면 단번에 알아챌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유명한 와인 산지이기 때문이다. 인텔은 모바일 플랫폼인 '센트리노' 기술을 개발하는 프로젝트 코드명에 와인 산지의 지명을 붙여오고 있다. 지난 2003년 인텔이 선보인 1세대 센트리노 플랫폼을 일컫는 코드명은 '카멜(Carmel)'로 역시 캘리포니아에 있는 조그마한 휴양지이자 와인 산지다. 이어 지난해 초 발표된 '소노마(Sonoma)'는 나파와 함께 캘리포니아 북부 해안에 자리잡은 양대 와인 명산지다. 나파의 뒤를 이를 센트리노 플랫폼의 개발 프로젝트 코드명도 소노마 계곡에 있는 와인촌인 '산타로사(Santa-rosa)'로 정해졌다. 이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은 "센트리노 개발진은 아마도 힘든 작업에서 생겨난 스트레스를 캘리포니아의 고급 와인을 마시면서 해소하나보다"라는 우스갯소리를 하곤 한다. 나파 노트북은 바로 전세대인 '소노마 노트북'에 비해 여러모로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 인텔의 자체 성능 테스트에 따르면 나파 기반의 노트북은 '소노마 노트북'에 비해 데이터 처리 성능이 최대 68% 우수하다고 한다. PC업계에서는 정보처리 속도가 평균 30% 향상됐다고 설명한다. 나파는 배터리 수명을 최대 28% 늘릴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 나파 플랫폼을 이용하면 노트북 크기를 최대 30% 작게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듀얼코어 노트북 경쟁 후끈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주요 PC 메이커들은 세계 최초로 '나파 노트북'을 내놓았다. 시장 선점에 적극 나선 셈이다. 이들 업체는 공통적으로 3차원(3D) 온라인 게임과 화상 채팅 등을 동시에 해도 끄덕없는 '진정한 엔터테인먼트 노트북'이라며 나파 노트북의 장점을 내세우고 있다. LG전자는 15.4인치 와이드 화면을 갖춘 'P1'과 15인치짜리 'M1' 등 X노트 브랜드를 단 나파 노트북 2종을 내놓았다. 깔끔한 아쿠아블루 색상의 덮개와 아이보리색 키보드,여닫기 편하게 걸쇠를 없앤 '래치리스(latchless)' 디자인이 돋보인다. LG는 내달 중 14.1인치 와이드 노트북 'T1'과 멀티미디어 기능을 리모컨으로 작동할 수 있는 15.4인치급 'S1' 시리즈 등 후속 모델도 선보일 예정이다. 삼성전자도 전문가용 15.4인치급 '센스 X60'과 일반인용 15인치급 '센스 R65' 등 나파 노트북 2종을 내놓았다. 이 노트북들은 부팅하지 않고도 버튼을 눌러 TV나 DVD를 작동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삼보컴퓨터는 이르면 내달 중 13.3인치급 나파 노트북인 '에버라텍 4300'을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레노버는 오는 3월께 나파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14인치급 '씽크패드 T60'과 12.1인치 서브노트북 'X60' 시리즈를 시판할 예정이다. HP와 델 등도 오는 3∼4월께 나파 기반의 '듀얼코어 노트북'을 내놓아 경쟁대열에 합류할 전망이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