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핵과 개혁 개방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의 방중을 미국의 일방주의를 경계하기 위한 북한과 중국의 공동 대응으로 해석했다. 고 교수는 김 위원장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연두교서가 나오기 전에 중국을 방문,핵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실질적인 개혁 개방의 추동력을 확보함으로써 미국의 대북 정책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 연구실 실장은 북한이 안보와 경제정책에서 큰 틀의 전략적 변화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백 실장은 김 위원장이 북한의 체제전환과 정권교체 입장을 버리지 않고 있는 미국의 강경한 태도를 감안할 때 북·미 관계 진전을 통한 실리 획득은 어렵다고 보고 중국의 전폭적인 지원에 의한 경제살리기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핵 협상을 통한 미국과의 거래가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판단에 따라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는 것이다. 백 실장은 이 같은 선택은 남북관계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남북 경협확대나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근식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은 2001년 중국을 방문한 후 많은 것을 보고 생각을 정리해서 돌아왔다며 이번에도 개혁의 청사진을 그릴 수 있을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개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며 선언적인 행사로 그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심기·정지영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