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중국 광둥(廣東)성의 주요 경제도시를 돌며 첨단업체,항만,농장 등을 시찰한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그는 경제특구 중 선전(深土川)과 주하이(珠海)를 직접 방문했고 샤먼(厦門) 산터우(汕頭)에는 실무진을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특구 배우기'가 이번 중국방문의 1차 목적이었던 것이다. 특히 그가 광둥성을 돌아본 뒤 '정말 멋있다'라는 말을 남긴 것으로 알려져 향후 북한의 개혁개방을 가속화할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복수 소식통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13일 오전 10시 광저우 대학성의 중산(中山)대학 분교를 방문한 뒤 오후 마카오 인근 주하이로 이동,항구 등 산업시찰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밍바오(明報)는 장쩌민 전 국가주석이 직접 김 위원장과 동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14일 선전으로 향하는 길에 광저우 외곽 링산전(靈山鎭)의 둥성(東升)농장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기업가인 취징타이(區景泰)가 설립한 이 농장은 기계농법을 실현하고 있는 농업현대화 전문기업으로 유명하다.


김 위원장은 14일 오후 선전 난산(南山)과학기술단지의 첨단 의료장비업체인 마이루이(邁瑞)생물의료전자를 방문했다. 마이루이(www.mindray.com)는 의료정보기기 분야의 세계적인 회사로 작년 1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5월 우관정(吳官正) 상무위원이 다녀가기도 했다. 선전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이 회사의 방진(防塵)공장에 직접 들러 생산과정과 설비작동 현황에 대해 깊은 관심을 표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14일 선전 우저우(五洲)호텔이 아닌 치린(麒麟)산장 2호실 별장에 투숙한 것으로 추정됐다. 김 위원장의 광둥성 시찰은 '중국의 경제특구 노하우를 배우자'라는 성격이 강한 것으로 분석된다. 광둥성에서 북한의 경제개혁 모델을 찾아보자는 시도다.


그와 실무진이 들른 선전 주하이 산터우 샤먼 등은 지난 1980년 지정된 경제특구로 중국 개혁개방의 큰 물줄기를 열었던 곳. 중국은 이를 토대로 1980년대 후반 개혁개방 지역을 연안 주요 도시로 확대했고,1990년대 중반 이를 중국 전역으로 확대하는 점(點)-선(線)-면(面)전략을 취했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중국 개혁개방 과정을 볼 때 북한 역시 일부 거점지역을 시작으로 개혁개방을 확대하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재 북한에서 부각되고 있는 개혁개방 선구도시는 개성 남포 신의주 등. 이 중 한국 기업들이 활동하고 있는 개성공단은 민족자본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위탁가공업 중심으로 산업발전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 등에서 선전의 모델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보인다.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신의주 역시 중국기업 유치가 용이하다는 점에서 거점도시로 육성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특히 지난 2002년 9월 양빈(楊斌) 어우야(歐亞) 그룹회장을 통해 신의주 특구 개발을 시도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개성~남포~신의주 등 서해안 도시를 잇는 '서해안 개방 벨트'를 건설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중국이 개혁개방의 물결을 광둥성에서 해안을 타고 북상시켰듯 북한도 개성에서 서해안을 타고 개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한편 김 위원장과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김 위원장이 이미 베이징을 방문했다는 정보가 있다며 그 정보가 사실이라면 정상회담이 이뤄졌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다른 언론은 정상회담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가 없다고 전했다.


상하이=한우덕·베이징=오광진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