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어떤 상품이 히트를 칠까. 유행할 색상과 디자인은…. 해가 바뀌면 제조업체와 유통업체의 관심은 새해에 유행할 의?식?주 패턴에 집중된다. 유행을 좇아 제품을 생산 판매해야 고객의 발길을 붙잡아 둘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모처럼 큰맘 먹고 비싼 돈을 들여 구입한 옷이나 가구 및 가전 등이 유행에 뒤떨어질 경우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그렇다면 병술년(丙戌年)의 리빙패턴은 어떠할까. 의?식?주 모든 분야에서 불황의 영향으로 실용소비 패턴이 완전히 정착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아껴 써야 한다는 맹목적인 절약과는 달리 생활 전반에서 일었던 거품을 제거하는 슬기로우면서도 신중한 소비패턴이 자리 잡게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가격=품질 가격=소비계층"이란 가격 중심의 등식이 완전히 무너지면서 품질을 바탕으로 한 실용성과 사회성 등이 구매의 전제조건이 되고 있다. 이는 '무조건 절약' 위주의 소비패턴과는 많이 다르다. 이른바 '가치소비' 문화가 확산되면서 '혁신'은 이제 생존의 필수 덕목이 됐다. 인터넷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키보드만 두드리면 어떤 물건이 어디서 가장 싸게 파는 지 간단하게 알 수 있다. 거래의 투명성이 증대되면서 기업들은 최고의 제품을 적절한 가격에 내놓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게 됐다. 이는 기본적인 경제적 인과법칙이며, 기업이 혁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크라이슬러는 경영 위기에 봉착했을 때 원가계산 방법의 혁신을 이룸으로써 '네온'이라는 신차를 발표하고 회생할 수 있었다. 현재의 생산방법과 원자재 가격, 마케팅 비용 등을 감안해 차 값을 산출하는 기존의 원가계산 방법에서 벗어나 고객이 요구하는 차 값을 우선 조사한 다음 그 가격에 신차를 공급할 수 있도록 원가에 반영되는 모든 것, 심지어는 생산방법까지 혁신했다. 주로 저가 시장 공략에 집중하는 '파괴적 혁신'의 한 사례다. 중소기업청 한 간부는 얼마 전 개최된 KAIST(한국과학기술원) 정기세미나에서 "3백만 중소기업 중 혁신 형 기업이 단 1%뿐이라도 이 기업들이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혁신 중소기업을 집중 육성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서는 중소기업 부문의 경쟁력 및 생산성 향상을 선도할 수 있는 리딩 그룹을 집중 육성하고,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제조와 유통, 나노기술(NT) 등 각 분야에서 '부전이굴'(不戰而屈), 즉 싸우지 않고 적군을 굴복시키는 손자병법을 기업경영에 접목하며 독보적인 철옹성을 구축한 혁신기업들이 있다. 지난 1981년 설립돼 한국 전기전자 산업 발달에 적지 않게 기여해온 대주전자재료(주)가 바로 그런 기업이다. 전체 구성원의 40%가 R&D 인력인 이 회사는 무연 전극 페이스트, PDP용 무연 GLASS를 양산한데 이어, Nano Silver를 이용한 광촉매와 연료전지용 촉매, 실버 Nano 잉크 및 형광체의 개발을 마치고 시장진입을 앞두고 있다. 또 국내 최초로 200t까지 들어 옮길 수 있는 대형 호이스트 완제품을 독자기술로 국산화한 한국고벨(주)과 금융권 경영관리혁신 솔루션인 '시스템 9'의 출시를 앞두고 있는 한국하이페리온, 만능 요리도구인 '카이젤 매직쿠켄'을 출시한 성광전열(주)도 새로운 기술과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혁신경영'의 모델이다. '규모'와 '가격' 경쟁에서 고객들의 서비스 만족도를 극대화시키는 '품질' 경쟁으로 시장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고객만족 수준을 넘어 고객감동을 실현해 나가는 차세대 '마켓리더'들이 바로 이들이다. 막강한 맨 파워와 도전적인 기업문화, 모방을 거부하는 기술에 대한 자부심을 바탕으로 착실하게 성장해 나가는 혁신경영의 주인공들을 만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