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업체인 A사의 김모 사장은 지난 주말 중국 베이징행 비행기 안에서 같이 출장길에 나선 부하 직원 이모 상무가 승무원으로부터 건네받은 '선물 꾸러미'를 보고 깜짝 놀랐다. 승무원이 들고 온 꾸러미에는 지상 면세점에서도 사기 힘든 '고가품'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상무가 중국 거래처에 선물하기 위해 구입한 상품 중에서 일반 면세점에서도 잘 취급하지 않는 로열살루트 38년산이 가장 눈에 띄었다. 왕이나 여왕의 즉위식에서 왕좌 역할을 하는 돌을 뜻하는 '운명의 돌(stone of destiny)'이라는 애칭을 가진 술로 시중 판매가가 165만원에 달한다. 수작업으로 빚은 도자기에 38년산 위스키를 넣은 제품(700㎖)으로 기내 판매가는 399달러.35㎖짜리 위스키 잔으로 20잔이 나온다는 것을 감안하면 한 잔 값이 8만원을 넘는 셈이다. 포장도 고급스럽다. 기내 면세품 코너에서 사용하는 포장은 대개 '면세(duty free)'라는 문구가 찍혀 있는 비닐 봉투.하지만 이 상무가 받은 위스키는 고급 종이 봉투에 담겨 있었다. 이 봉투는 상품 제조 기업이 직접 만든 것으로 로고가 봉투에 정교하게 새겨져 있다. 최근까지 기내 면세품은 상품의 종류와 질에서 공항 내 면세품에 비해 한 수 처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행기 시간이 촉박해 면세점에서 쇼핑을 할 수 없는 승객 일부만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기내 면세점을 이용했다. 기내 면세품의 매출이 담배와 필기용품 등 일부 품목에 집중돼 있던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항공사들이 면세품 판매사업을 강화하면서 비행기가 새로운 '럭셔리 존'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기내 면세품의 질을 높인 선두주자는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는 지난해 11월1일부터 '아시아나 명품관'을 열고 기내에서 12가지 최고급 명품을 예약판매하기 시작했다. 명품관의 대표 주자는 38년산 로열살루트. 다른 럭셔리 제품으론 명품 보석 브랜드로 손꼽히는 스와로브스키가 내놓은 아이린 목걸이(304달러)와 팔찌 겸용 여성용 시계(330달러)가 있다. 에트로의 핸드백(305~480달러)도 잘 팔리는 명품으로 꼽힌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같은 브랜드 내에서도 최고급품만 골라 공항 면세점보다 5~15%정도 싼 값에 판매하고 있다"며 "오는 3월부터는 듀폰의 넥타이핀 커프스 세트 등 명품 수를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이린 목걸이 등 일부 보석상품은 면세점 어느 곳에서도 팔지 않는다"며 "향후 1000달러짜리 진주 제품 등 다른 곳에서는 구할 수 없는 아시아나만의 상품을 다수 갖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외국계 항공사들의 기내 면세품도 갈수록 고급화되는 추세다. 지난해 캐세이 패시픽에서 모형 비행기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팔린 상품은 버버리 여성용 시계(539달러). 버버리 시계는 500달러가 넘는 데도 불구,찾는 고객이 많아 '스테디 셀러'로 자리잡았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