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3일 중국 남부 광저우(廣州)시를 방문했다. 중국 방문 동선이 확인된 것이다. 일본의 N-TV는 김정일 위원장이 탄 것으로 보이는 차량을 카메라에 포착했다. 김 위원장이 14일 선전경제특구로 이동,개방의 현장을 확인한 후 베이징으로 가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할지 주목을 끌고 있다. 김 위원장 일행이 투숙할 것으로 알려진 선전 우저후 호텔은 13일부터 일반인의 객실 사용과 예약이 금지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동 경로만으로 보면 덩샤오핑이 1992년 개혁·개방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이들 지역을 방문했던 이른바 남순강화(南巡講話·남부를 다니면서 한 연설) 코스를 밟아가고 있어 북한이 향후 대대적인 경제 개방 및 개혁 조치를 시도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광저우와 선전이 있는 광둥(廣東)성은 중국 개혁개방의 시발점이었다. 김 위원장이 이곳을 먼저 찾았다는 점에서 정치 군사 분야보다는 경제에 주안점을 두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덩샤오핑은 89년 발생한 톈안먼(天安門) 사태 이후 움츠러들었던 개혁개방 분위기를 되살리기 위해 우한(武漢)-선전-주하이(珠海)-상하이 등을 차례로 방문했다. 고양이는 희든 검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이 이때 나왔다. 덩샤오핑이 '중요한 것은 생산력(경제) 발전,국력 증강,인민생활 수준 제고 등에 유리해야 한다'는 내용의 3개유리(三個有利)론을 제시한 것도 남순강화 때다. 김 위원장은 덩샤오핑이 '남순루트'를 밟을 때처럼 고위관료를 대거 이끌고 간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오전 광저우시 호텔로 들어가는 김 위원장 일행을 태운 차량은 20대를 넘었다. 한 북한 전문가는 김 위원장을 수행하는 관료가 누구인지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2001년 상하이를 방문해 상전벽해를 실감했을 때는 군사 담당자들이 많았지만 이번엔 경제관료들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측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이번 방문이 북한 내 보수세력을 겨냥한 것으로도 해석하고 있다. 관료들에게 개혁개방 의지를 확인시켜 경제개혁에 대한 보수세력의 반발을 꺾겠다는 계산이다. 관심은 남순강화 코스 이후 베이징에서 열릴 후 주석과의 회담 내용과 북한으로 돌아간 후 꺼낼 새로운 카드다. 전문가들은 후 주석을 만나면 교착상태에 빠진 6자회담의 돌파구를 찾거나 경제 분야에 대한 확고한 지원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귀국 후에는 중국 시찰 결과를 토대로 과감한 개혁개방 노선을 추진하겠다는 '대(大) 개혁개방'을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이번 중국 방문이 북한 경제체제의 흐름을 크게 바꿀 것이라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이심기 기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