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주인공들이 서로 밀고 당기는 애정관계에 초점을 맞춘 기존의 로맨틱 코미디와는 달리 '광식이 동생 광태'는 현재 연애를 하고 있는 두 형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두 형제의 사랑에 대한 서로 다른 관점은 그들이 입고 있는 티셔츠에 표현됐다.


커다란 빨간 하트 모양이 덧대어진 하얀 티셔츠를 입은 소심남 광식(김주혁)에 비해 광태(봉태규)는 섹스라는 글자가 너무도 선명한 검정 티셔츠를 입고 있다.


옷은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이지만 티셔츠만큼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아이템도 없을 것이다.


티셔츠는 19세기에는 군인들의 속옷과 노동자의 작업복이었으며 20세기 중반에 들어서야 겨우 패션의 한 아이템으로 인정받게 됐다.


단순한 형태로 흔하고도 편한 옷인 만큼 티셔츠는 누구나 한 두 벌 이상 갖고 있는 옷이기도 하다.


티셔츠는 하나의 캔버스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매체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정치적,문화적 메시지가 담긴 티셔츠를 입는 것은 소리없이 강력한 구호를 외치는 것과 같다고도 말한다.


또한 티셔츠는 마케팅의 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80년대 이후 사람들은 팝스타의 얼굴이 프린트된 티셔츠로 그들에 대한 애정과 선망을 표현했다.


90년대에는 패션 브랜드의 거대한 로고들이 걸어 다니는 광고판들을 만들어냈다.


티셔츠는 이제 예술가들의 표현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들은 티셔츠 위에 일상에서 얻는 아이디어와 감흥을 놀이하듯 재미있게 풀어놓는다.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 덕에 그들은 '열린' 갤러리에서 자신들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시중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티셔츠는 유행 아이템의 성격이 짙다.


그러나 때로는 자신의 주장과 취향을 담은 티셔츠를 입어보는 것도 삶의 활력소가 될 수 있다.


유미하(패션 칼럼니스트) mihar@magic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