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전역에 에너지 위기감을 고조시켰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천연가스 분쟁에 이어 러시아와 몰도바 사이에 '제2의 가스 분쟁'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몰도바는 가스가격을 지난해 두 배인 1000㎥당 160달러로 인상해 달라는 러시아의 요구를 계속해서 거부하고 있어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인 가즈프롬은 지난 1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공급을 중단할 때 몰도바에 대해서도 가스공급을 끊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가스 분쟁은 지난 4일 전격 타결됐지만 러시아와 몰도바는 아직까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이런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자칫 유럽에 불똥이 튈 것을 우려,가스 협상 재개를 촉구했다. EU 집행위 관계자는 "우리는 양국이 협상 테이블에 앉아 합의를 이끌어낼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EU의 우려로 우크라이나 사태에 가려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몰도바 문제가 관심의 대상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FT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이어 몰도바에 대해서도 에너지 자원을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신문은 EU가 지난해 러시아와 몰도바의 국경지역 갈등에 개입했던 사실을 지적하면서 이 갈등이 이번 사태를 촉발한 배경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당시 갈등은 우크라이나와 몰도바 사이에 있는 트랜스드네스트리아를 두고 빚어졌다. 트랜스드네스트리아는 소련 붕괴에 맞춰 1991년 8월 독립을 선언하면서 몰도바에서 분리를 시도했다. 이 지역 주민들은 서구 사회와 가까워지기를 원하는 몰도바 정부에 맞서 러시아의 지원을 받으며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블라디미르 보로닌 몰도바 대통령은 "러시아의 가스 가격 인상 요구는 정치적 압력"이라며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